중년의 색다른 체험
5월 11일 LA 아파트를 나서면서 비장하게 코로나와 투쟁을 시작했는데
공항까지 가려고 부른 우버와 비슷한 리프트 운전사가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아직도 이들은 긴장감이 없는지...
저녁 10시 LAX 공항에서 수속을 밟는데 오직 KAL 창구에만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니 새 단장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뜻했던 그 넓은 공항 건물 안은
늦은 저녁에 불빛마저 없어 삭막하니 우울해 보여 공포감도 느껴졌다.
사람이 없으니 줄이라는 것도 없어 막힘없이 수속을 밟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뭘 사 본적도 구경을 하려고 들어 간 적도 없었던 면세점들이 모두 철문으로 닫혀
그래도 화려한 불빛이 있었을 때가 더 좋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노선이 확 줄었다고 하더니 비행기 기종이 달라져
널찍했던 Airbus A380-800 기종이 Boeing 777-300ER으로 변경이 되었다.
처음엔 인천에서 부산으로 가는 항공편이 아예 없어졌다고 연락이 와서 놀래고
LA에서 인천으로 가는 것도 어떻게 될 건지 걱정이 되어 계속 확인을 했는데
다행하게도 내가 타려고 하는 시간대의 항공편은 변경이 없었다.
해외에서 고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은 4월까지 거의 다 들어왔다고 했던 것 같아서
5월이니 널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비행기 안은 그렇지도 않았다.
뉴스에서 수없이 봐야 했던 하얀 부직포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되어있는 방역복이
탑승구 앞 대기석에 앉아 보니 눈에 뜨였는데 처음엔 방역하는 사람인 줄 착각을 하고
그런 사람들이 왜 대기석에 앉아 있고 이렇게 많을까 하며 자세히 관찰을 해 보니
중국 여권을 들고 있는 젊은이들로 투명 안면 보호대에 마스크에 방역복을 입고 있었다.
공항으로 오는 동안에 입었다면 이제는 벗어도 될 텐데 그냥 그대로 비행기를 타고
내 자리에서 보이는 창 옆에 앉은 화장을 진하게 한 방역복 여자는 쭉 입은 채로 잘 버텼다.
덕분에 공포라는 것은 얼마나 사람을 압박하는지 알도록 해 주었는데
떠나는 준비에 쌓였던 피곤함과 긴장감이 풀려서 그런지 자리에 앉으니 잠이 왔다.
몇 편은 꼭 봐야 본전을 찾는다며 사명처럼 보던 영화도 겨우 한편밖에 못 봤는데
그게 안경다리를 귀에 걸고 헤드폰을 귀에 대고 마스크 끈을 귀에 걸었더니
물이라도 마시려고 마스크를 벗으려면 끈이 안경에 걸리고 헤드폰에 끼어서
다들 자라고 해 놓은 침침한 불빛 속에서 떨어뜨린 안경을 두 번이나 찾아야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난 다시 잠 속으로 들어가 잠깐 잔듯한데 방송이 인천이라고
갑자기 하는 방송에 머리가 놀래서 깨고 불이 밝아져 무의식에 눈도 반사적으로 뜨고
새벽 5시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예정보다 빨라서 멈춘 비행기 안에서 기다렸는데도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긴장감도 나에겐 찾아오질 않아 떠밀려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리고 뉴스로만 읽었던 정말 잘 되어진 해외 입국검역 체계를 체험하게 되었다.
새벽 5시의 새로운 인천 2 공항은 딱 지금 내린 승객들을 위해서 움직이는 듯이
다른 샛길로 벗어나지 못하게 감시하는 사람들과 펜스가 확실하게 세워져 있어
인천 2 공항도 새것으로 엄청 산뜻한데 그것이 도리어 묵직하게 조용해서
소리를 내는 것도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벗지 말라는 말이 무거웠다.
그 길을 천천히 걸어가면 양쪽으로 수없이 세워져 있는 배너 거치대가 있어
멍한 머리에도 같은 것이 왜 이렇게 많을까 하다가 점점 눈에 들어왔는데
한국어등 여러 나라 말로 된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웹 설치하는 방법을 읽고도
멍하니 지나치다가 스스로 하라는 거구나 하고 깨닭고는 얼른 부지런히 했다.
내 차례가 오니 체온을 재는데 옆에서 재던 외국인은 열이 있다고 대열에서 빠져
정말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며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보니 수용소 생각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그저 하나씩 확인하고 분리되어 끌려가는 그런 수용소
그저 영화에서나 본 그런 것이 불안하지 않게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는 친절에도
수용소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은 뭔지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에 미안해져서
새벽같이 일어나 이렇게 해 주시는 분들에게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했다.
웹이 확실하게 자기 폰에서 움직이는지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는데
이렇게 까지 하도록 만든 사람들이 있어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했다.
안전하다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기록하고 교환하고 나니 입국이 허락되고
입국 절차를 마치고 나니 이번엔 대한민국의 어느 곳으로 가는지 구분을 했다.
부산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은 광명역으로 가는데 그곳까지 공항버스로 데려다준다고
방역 공항버스의 운전사는 방역복에 마스크를 하고 8명을 위해서 수고해 주셨다.
잠은 거의 광명역이라는 곳에 와서 깬 것 같은데
그동안 그냥 쓰라고 하니 그게 어떻게 어디에 필요한지도 궁금할 여유도 없이
색과 크기가 다른 여러 장의 종이에 내 이름을 이렇게 많이 써 본 적이 있었나 하며
올해가 2020년이라는 것은 절대로 착각하지 않도록 반복 학습을 했다.
그러니까 이 반복 학습에는 그만큼의 사람들이 검사하고 확인을 했다는 건데
나만을 위한 보호는 아니지만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낄 정도로 철저했다.
난생처음 광명역이라는 곳을 보고는 한국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에 신기했는데
일반 사람들을 피해서 다니도록 간이로 만들어 놓은 비상구 같은 문을 통해서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을 세워 안으로 안으로 ktx 타는 곳까지 데리고 갔다.
일반 열차에 차량 두 칸을 늘려서 해외 입국자만 태우도록 했다고 하는데
역방향으로 앉으면 힘든 사람이 있냐고 묻더니 먼저 타서 자리를 잡으라고
자리가 많으니 좌석 번호 상관없이 여행가방도 옆 자리에 놔두라고 했다.
이제 정말 부산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