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먹는 매운 음식
석 달에 한 번씩 아이들에게 갔었던 이유를 이제야 찾았다.
이때까지는 그저 내가 메여있는 것도 없으니 갈 수 있을 때 가자고
아이들이 쉬는 여름 방학과 새해는 같이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일 년에 두 번 석 달에 한 번씩 아이들이 있는 LA에 갔었다.
그리고 석 달을 지내고 떠나 올 때엔 석 달치의 먹을 것을 해 두어
매운 것이 생각나거나 뭘 먹을지 망막할 때에 도움이 되라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 두었었다.
그저 그렇게 했던 일이 이렇게 중요한 일이었는지
이 매운 음식들이 소중한 것이었다고 딸아이가 처음으로
매번 정신없이 만드는 내 모습이 싫어서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끼면서 끓여 먹는 김치찌개가 이렇게 귀한 건 줄 몰랐다며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해 도리어 내가 쑥스러웠다.
혼자서 지낼 땐 잘해 먹지 않다가 석 달만에 뭔가 하려면 멍해져
뭘 해 먹었었는지 뭘 해 두었었는지 무조건 적어 두었었는데
나누어 얼리는 양은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적어졌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당분간 딸에게 갈 것 같지가 않아서
내 머리로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느라고 냉동고가 터지도록 밀어 넣고
냉장실에도 가득가득 김치찌개와 미역국을 끓여서 먼저 먹으라고
운전을 해 줬던 동생도 떠나 혼자가 되는 딸을 위해서 준비했었다.
차가 있어도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딸에게 억지로 시키기는 무서워
티슈도 화장지도 생수와 샴푸 등 무겁고 부피가 큰 것들을 사뒀다.
그렇게 이번 2020년 5월 떠나 오면서 음식을 해 두었는데
이 사태가 길어지면 하면서 여유분으로 라면과 쌀 등을 사뒀었다.
그런데 이제 석 달이 지나니 쌀통에 가득 있던 쌀이 다 없어져
한 포대 더 사다 놓은 것을 열었다고 하는데 벌써 하는 생각에
밥만 먹었나 보네 했더니 매운 반찬이 많이 당겼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저녁에 모여서 먹던 일이 전부 없어졌다는데
그런 것도 안 하고 본인도 절대로 나가 먹는 일을 하지 않으니
그저 매일 한 끼는 밥을 먹게 되고 점점 매운 것을 찾게 되었다며
동영상을 보면서 만들어 봤다는 것을 사진도 찍어 보내 놀랬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한인타운이 너무 멀어 배달비가 음식값보다 비싸다고 하면서
국밥이 생각나는데.... 하면 참으로 불쌍해 보인다.
쌀 한 봉지를 석 달에 먹었으니 지금부터 석 달 후에는 어쩌나...
김치찌개 열려 둔 것을 아끼면서 먹고 있다고 하는데...
이 아이가 이렇게 불쌍해 보이긴 처음이다.
언제나 똑 부러지는 당당한 얼굴에 겁나게 빠른 판단력으로
혼자서도 잘 해결해 나간다고 아예 선을 그었던 아이라서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구나 했더니...
먹는 문제가 가장 큰 것이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더군다나 한국인에게 매운 음식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