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ngmom Nov 12. 2020

17시간 시차에 딸과 하는 메시지

중년의 취침시간

11월 1일 시차가 16시간이었던 것이 한 시간 더 늘어난 그곳에 딸아이가 혼자 있다. 


10년을 한 대학의 여러 연구실에서 일을 한 덕분에 친구도 동료도 많아서

작게 크게 모여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없다.

코로나 사태로 지금은 연구실에 다녀오면서 그저 마트에 들리는 것으로 

석 달에 한 번씩 석 달을 같이 살았던 것도 코로나에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는 석 달을 복닥거리며 살다가 혼자서 지내게 되는 석 달이 오면

고요함도 느끼면서 집안을 통째로 쓴다는 것에 혼자라는 것을 즐겼다는데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딸의 입에서 보고 싶다는 말이 다 나왔다.

그리고 보니 그동안 보고 싶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은 말을 반년이나 혼자 지내니 쓸쓸함도 배웠는지

그 말이 엄청 무겁게 들려와 가라앉지 말라고 나는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이런 딸아이가 나에게 메시지로 대화를 청하면 난 거절을 못한다.

연구실 사람들과 일로 집에 있으면서도 단체 영상 회의도 문자도 하지만

한국 드라마 이야기나 음악이나 옷에 관한 소소한 개인의 이야기는 

내가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답을 하는 편인데

덕분에 아이가 뭘 흥미로워하는지 뭐에 관심이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메시지가 올까 항상 신경을 쓰면서 얼른 앉아 답을 하는데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아직은 내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고맙다는 생각이다.


코로나로 되도록이면 연구실 사람들이 같이 모이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일주일에 5일 가던 것을 4일로 줄이고 아침 7시부터 12시간 근무를 3일 하고 

하루는 반나절만 하는 것으로 같은 시간대에 4명 이상이 안되도록 바꿨다. 

그러니까 널널하게 9시에 출근해서 5시면 집에 왔던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

내가 자야 한다고 잠을 청해 슬슬 잠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시간이 되면

딸아이는 연구실로 간다고 헐레벌떡 달리는 재미있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난 아예 내 컴퓨터의 시간대를 LA로 해 놓고 쓰는데 그래서 불편한 것도 있지만

갑자기 오는 딸아이의 메시지를 이해하는데 좋다.

그래서 이 메시지의 날짜와 시간도 아이가 있는 LA의 시간이다.



























얼마나 대견한가 하는 생각에 감기려던 눈이 저절로 크게 떠지는데

그러면서 연구실에 도착하고 아침 분위기를 전해 받고 이야기를 마친다.

그게 아이의 시간으로는 8시 반쯤 내 시간으로는 새벽 한 시 반이 되는데

난 아이의  기분을 느끼면서 말을 고르다 보면 정신을 풀로 가동시키니

이야기는 마쳐도 내 기분은 펄펄 뛰고 있어 잠을 불러 올 수가 없다.


나를 닮지 않아서 아침에 정신을 차리고 출근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코로나로 치안이 더 나빠졌다며 총이 많이 팔린다고 하는 기사도 떠올리며

딸아이는 비싼 것을 들고 다니지도 않고 성깔도 있고 덩치가 있으니 하면서 

그저 막연하게 위로를 하면서 잠을 자려고 노력을 하는데...


왜 나는 딸아이의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지 

딸아이는 아직 안 자고 있었냐면서 그때그때 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나는 늦게 자는 것이 체질이어서 말을 거는 딸에게 답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아직은 체력이 되니 가능한 것이라고 도움이 되는 나에게 뿌듯해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아이가 불쌍하게 보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