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온다고 하니

중년의 감수성

by seungmom

오랜만에 비가 온다고 하니 반가우면서도 걱정으로 마음이 바빠져

딱히 하던 일이라고 하기엔 그저 그런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왔다.


그 전날에도 난 딸에게 보낼 것들을 사러 나와 떨어진 노란 은행잎을 보며

너무 더워서 걸쳤던 얇은 겉옷을 벗고 반팔로 걸으면서 땀까지 닦았는데

11월이 이렇게 푸근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으면서

늦가을에 노란 은행나무를 반팔에 구경한 적이 있었는지 찾아봤다.


이런 따뜻한 분위기에 노란 은행나무 길을 걸어 볼 수 있는 기회를

내일의 비가 모두 쓸어 가겠구나 하는 긴박함에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어제보다 더 수북한 낙엽을 밟으면서 왜 이렇게 아쉬워할까 하며

내년에도 반드시 올 가을에 이런 안달은 좋은 현상이 아닌 것 같아서

그럼 내가 내년의 가을을 못 볼 수도 있어서 이렇게 집착을 하는가 하니

놀래서 그럼 죽나 하다가 그런 생각은 하면 안 된다고 나를 나무라고

그럼 왜 하면서 나를 납득시키려니 다음 가을엔 이곳에 없을 수도 있다고

푸근한 날씨도 나도 이런 가을에 이곳에 있을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고

머릿속에서 요란을 떠는 동안 난 노란 은행나무의 길 끝까지 걷고 말았다.













낙엽이 수북한 길에 노란 은행 잎이 덮인 길을 걸으며 느끼자고 했는데

그저 걱정에 불안을 만들더니 운명까지 바꾸면서 그저 걷기만 해서

아깝다고 다시 못 가질 수도 있는 찬스를 놓친다고 같은 길을 다시 걸었다.














잡생각은 다 버리고 지금을 즐기면 된다고 그러려고 나왔으니 느끼자고

여기에 멋진 음악을 떠올리며 가을을 온몸으로 즐기자고 다시 걸었는데

난 어느새 내일 비가 하루 종일 온다고 하는데 하는 생각을 시작으로

그럼 내일은 마트에 가긴 힘들겠다고 그럼 당장 필요한 것은 뭘까 하면서

은행나무 길을 어떻게 걸어왔는지 벌써 마트 앞에 서 있는 나를 봤다.

그리고는 우유와 사과 4개를 사고 내일 아침에는 비 오는 걸 구경하면서

바삭하게 빵을 구워 먹자며 빵집에서 맛있는 식빵도 사서 집에 왔다.


난 처음부터 집을 나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마트를 위해 나선 것처럼

계속 앞서서 비 맞을 단풍 걱정에 비가 오는 준비만 하고 말았다.


오늘 생각대로 빗소리를 들으면서 식빵을 커피우유와 맛있게 먹어 치우고

이 글을 쓰는데 별일도 없는 내가 바빴는지 지금은 비가 그치고 해가 났다.

뭘 하는데 진드감치 앉아 글 하나를 한 번에 쓰질 못했었는지

아마도 또 중간에 딴생각으로 먼길을 떠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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