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당하는 효도

중년의 입장

by seungmom

부모에게서 받은 정이 많으면 그냥 효도라는 것은 우러나오는 것 같은데...


아무 생각이 없던 그동안 무척 많은 물질과 정신을 쏟았다.

그게 부모에게 하는 효심이 되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땐 이런 생각조차 없이 해야 한다고 하니 하라는 데로 움직였는데

그때의 그 행동은 반드시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한 일이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사 오라는 목록이 있었고

그것은 엄마의 손으로 엄마의 선물로 동생들에게 전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동안 한 번도 고맙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알았으면 썼겠냐는 식의 동생의 답에는 더 할 수 있는 말도 없었다.


가장 창피하다는 자식의 입장에서는 그저 머리 숙여 들었고

반문이나 의문 없이 무조건 그래야 한다고 했었다.


자식의 입장에서 호의호식하면서 부모님을 나 몰라라 하진 않았다.

자신의 자식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은 줄여 가면서 자신의 것은 무시해 가면서

엄마가 원하는 것을 해 드렸는데 그래도 더 잘해야 한다는 말에 뜨끔했다.

당연히 전부 다 원하는 대로 해 드릴 수 없으며 더 할 능력도 없는데

만족이 안되는지 살아 있을 때 잘하라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라며...


자식에게 죄의식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의도적으로 하신 것은 아니겠지만 계속 죄책감에서 살도록 했는데

그 죄책감도 꼭 효도를 능력보다 넘치게 하는 자식은 받아들이고

능력이 있어도 안 하는 자식은 왜 그래야 하는지 몰라 죄책감도 없어 보였다.


효도라는 것을 부모가 자식에게 자꾸 주입을 시켰다.

다 널 위해서 욕 얻어먹지 말라고 해 주는 이야기라고...

효도는 효도라고 생각하기 전에 그냥 마음에서 행동으로 나오는 것으로

효도할 생각이 없는 사람은 이런 말을 들어도 안 하는 것 같은데

왜 강요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내가 이 시간까지 살아보니

효도를 넘치게 하는 사람일수록 잘못하고 있다고 미안해하며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말에도 당당하게 흔들리지 않았고

부모에게 인정을 받고 넘치게 물질적인 것을 받은 자식은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인지 그냥 누리기만 하면 되었는데

난 왜 그런 생각을 해 보려고 한 적도 없었는지...


결과적으로는 난 엄청 부담스럽게 죄책감을 느껴 가면서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강요가 먹혔기 때문에 계속되었던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는 시작하면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는데

어떻게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모두 기억하고 있냐고 물으면

짜증과 울분을 참으려고 글로 쓰면서 나를 내가 위로했던 탓에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게 되어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


매번 선물 목록을 받아 들고 전전긍긍하면서 사 들고 와야 했던 나는

아직도 이런 내가 내 안에 있다는 것에 깜짝깜짝 놀란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선물이라는 것을 아예 하지 말자고

나 자신까지도 선물을 챙기는 내가 비굴해 보여 바꾸자고 애를 썼다.


어쩌다

이런 글을 다시 쓰게 만드는 일이 생겨 속에서 올라오는 대로 쓰고 나니

이 글이 한 방향만 보고 있던 나를 다른 방향으로 향하도록 틀었다.

이런 힘이 나에게도 있었다는 것에 감탄의 소리를 나도 모르게 내뱉고

이 순간은 누군가가 나를 보호해 주는 것 같아 푸근하다.


난 나의 자식에게 효도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자식은 어릴 적 꼬물거리던 손으로 과자를 집어 먹었던 그 모습

그것으로 부모에게 할 수 있는 효도는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머뭇거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위해서 살라고 말할 것이다.


적어도 효도라는 말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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