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새 노트북
나라마다 다른데 들고 다녀서 그런가 했다.
노트북이 3년을 지나면서 자판을 두둘이려면 노트북 전체가 기우뚱거렸다.
노트북 뒷면 커버에 붙어 있는 4개의 발받침 중에 2개가 없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대신 주변에서 구한 투명한 발받침를 사서 붙여 두었더니 흔들리지 않아 잊어버렸다.
그런데 언젠가 다시 한쪽으로 기울어서 아무 생각 없이 안경 닦는 천으로 끼워 썼는데
그렇게 또 한참을 잘 쓰다가 다시 흔들리게 되어서는 2군데의 발받침에 서너 개씩 붙여서
노트북 전체의 평행을 만들어 자판을 두둘 일 때 전혀 흔들리지 않게 만들어 썼다.
그때 난 나름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간다면서 멀쩡하게 잘 움직이는 노트북에 고마워했다.
그래도 겹겹으로 여러 개 붙여 둔 발받침은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을 땐 엄청 불편했는데
그러면서도 미련하게 이게 노트북의 배터리 문제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하고는
갈수록 노트북의 뒷면이 바닥에 닿는구나 하면서 그걸 해결하는 방법만 찾았었다.
내가 내 노트북의 상태가 어떤지 알게 된 것은 딸아이가 이건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의 노트북을 가져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줘서 내 노트북이 통통하다는 것을 알았다.
매일 조금씩 달라져 느끼지 못했던 나와 달리 딸아이는 석 달만에 봐서 그런지
딸아이는 바로 배터리가 부어오른 것이라면서 쓰다가 터지면 어쩌냐고 했다.
얼른 새것으로 바꾸라고 하는데 배터리 말고는 다 멀쩡하니 조금만 더 쓰자고
난 2년을 더 버티면서 잘 썼는데 모니터나 자판 등 모두 다 버리기는 아까웠다.
아이들은 내가 노트북을 들고 미국에 가면 그동안 안 봤던 탓인지 놀래면서
저번보다 더 부어올랐다며 갑자기 언제 터질지도 모른다고 엄청나게 겁을 줬다.
작년 5월에는 딸아이가 자판 쪽으로도 부어올랐다고 보라고 했는데
난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언제부터 인지 뚜껑이 잘 닫히지 않았다고 하니
딸아이는 더 야단을 하면서 이러다 정말 터지겠다고 했다.
간혹 생각이 나면 딸아이는 아직도 그 노트북을 쓰고 있냐며 재촉을 했는데
이렇게 한소리를 들으면 살짝살짝 겁이 나더니 어느 날 문뜩 터지면 어쩌나 하고는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열어 놓고 쓰다가 배터리가 걱정되어 손으로 열을 재어 보고
불편해도 꼭 필요한 것만 놔두고 나머지는 닫아 노트북이 힘들지 않게 했다.
긴 시간 계속 사용하는 것도 피하면서 이러면 배터리에게 좋을 거라고
이렇게 조심해서 쓴다면 더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했는데
이런 생각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노트북이 차가워지면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어느 한계라는 것이 있는지 매일 혹시나 하면서 걱정하는 것이 힘들어
이젠 그만 쓰자고 마음을 먹고는 지불한 가격만큼의 가치는 했었나 하는데
아들이 8년째 쓰고 있는 자기들보다 엄마가 더 험하게 써서 5년 만에 바꾼다고
자기들보다 물건을 험하게 썼다고 하지만 겉보긴 상처하나 없이 깨끗하다.
2015년 7월에 산 노트북을 2020년 9월에 새것으로 바꿨다.
새 노트북의 뚜껑이 빈틈없이 닫혀 있어 처음엔 이랬구나 하며 감탄을 하고
새로운 자판은 어떤 감촉인지 기대하며 양손을 올려놓고 자판을 두드려 봤다.
그런데 치고 있는 자판의 한가운데가 푹 꺼진 것 같은 느낌으로 손가락에 전해져
분명 이것은 새것인데 하면서 이제까지 쓰던 것을 다시 쳐 보면서 비교를 해 봤더니
자판이 조금씩 부어오르는 것을 잘 적응한 결과 그게 나에겐 정상이 되었는지
평평한 새 자판에서 올라 있을 거라는 감각만큼 내려간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사람의 적응력은 무섭구나 하면서 이러고도 잘 썼던 나는 무디다는 것...
아이들은 8년을 쓰고 있었는데 5년 쓴 내가 먼저 새것으로 바꾸는 것에 미안해서
아이들에게도 8년이나 썼으면 바꿔도 된다고 다 같이 새것으로 하자고 했다.
아들은 자판 몇 개가 오래전부터 말썽을 피웠는데도 그냥 버티면서 쓰고 있었고
딸아이는 몇 년 전에 모니터를 거금 들여 바꾼 것이 아깝다고 더 쓴다고 했는데
내가 먼저 바꾸고 자랑질을 했더니 아들이 두 달 뒤에 바꾸고 싶다고 하고
딸아이도 같이 바꿔도 되냐고 물어 다 같이 같은 색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