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정신 승리
치매에 관한 드라마나 영화나 소설은 나를 너무 많이 울게 만들었다.
치매 자체도 무서웠지만 그래서 생기는 일들이 너무 가엾고 속이 상해서
가라앉은 기분에 훌쩍거리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너무 길게 운다.
이런 고통을 구태여 내가 내 손으로 찾아보는 것은 아니라고
보면 볼수록 답이 없어서 더 답답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치매에 관한 이야기를
그래서 점점 더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이런 모든 것들을 피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며칠 전 내가 좋아하는 나이가 많은 여자 연예인이 오락프로에서
가족력이 있다며 스스로 치매 검사를 받으러 가서 만약 치매로 판정이 되면
치매 늦추는 약을 먹을 거라며 담담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치매 예방 손가락 운동이나 머리 쓰는 게임 등을 찾아 하면서
이렇게 머리를 챙기면서 살다 보면 난 치매와는 멀리 지낼 수 있겠지 하면서
그냥 멀리한다고 되는 일도 아닌 것을 그저 없는 일처럼 살았던 것 같다.
치매가 사람을 가리는 것도 아니니 어느 정도의 각오와 준비는 필요하다고
그 오락프로는 나에게도 닥치면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 두라고 말해주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바쁘게 만들었는데
기억도 한 번에 싹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성격의 변화도 조금씩 변한다고 하니
내가 나를 잘 살펴서 조금씩 준비해 간다면 주변을 괴롭히지는 않겠지 한다.
당장 내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 이 마음의 변화를 알리면서
나도 잘 준비를 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알아두라고
미안한 부분도 많아 질지 몰라 걱정이 된다고 했더니
아들이 20년 전쯤의 이야기를 꺼냈다.
막 40대가 된 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아침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노인 인구가 많아진다고부터 시작해서 치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일본은 한국보다 빨리 시작했던 고령화에 대한 방송이 엄청 많았다.
난 아직 젊었지만 미리미리 걱정하면서 살았던 탓인지 알아 두어야 한다고
끌리는 내용에는 푹 주저앉아 비디오테이프 (videotape)에 녹음도 해 두었는데
왜 그렇게 되어 가는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빠트리지 않고 찬찬히 보려고 녹음된 것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었다.
그런 고령화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는 요양 간호 돌봄이 가장 많았는데
그러면서 나오는 것이 치매이고 그래서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 보라고 했었다.
그 치매 테스트는 조목조목 성격과 환경 등 분야가 여러 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너무 많은 질문에 지겨워서 중간에 관둘까 했다며 그래서 믿을 만한 테스트라고
자랑스럽게 나온 결과를 여러 번 반복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었다.
그 테스트의 결과는 여러 단계로 질문이 많았던 만큼 다양했다.
점수가 많으면 치매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시작해서 점점 낮아졌는데
마지막 하나를 남긴 단계에서 이런 사람들은 치매 걱정을 안 해도 되겠다고 했다.
내 점수는 정말 적어서 마지막 단계인데 그럼 난 치매에서 해방이 되나 했더니
그때 진행하던 아나운서도 기가 차는지 크게 웃으면서 하는 말이
이런 사람들은 치매에 걸리기 전에 스트레스로 죽는다고 했다.
정말 눈물 나게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처음엔 난 치매에는 걸리지 않는구나 하고 반겼고
다음엔 내가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치매가 오기 전에 죽는다는 말에 승리의 기쁨이...
이것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내가 치매에 대해 불안해하니 이야기해 줬는데
꼭 이렇게 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겁을 내는 나를 위로해 주는 힘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