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엄마의 음식 철학
나도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컸다.
초등학교 시절 길에서 파는 아이스라는 것이 지금으로 치면 샤벳 같았는데
그걸 한번 먹어 보려고 떼를 썼지만 그건 길거리에서 팔아 비위생적이라고 했다.
그때 집에는 아버지 덕분에 3리터가 넘는 갤론통으로 된 아이스크림이 항상 있어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닌데 이해를 해 주지 않았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에는 지금과 다른 상태로 위생에 대해서도 달랐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눈에는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은 맛있어 보이는지
나는 동생과 모아둔 용돈을 들고 들키지 않을 거라고 작전을 짜서 멀리 나가
꼭 사 먹고 싶었던 아이스콘을 하나씩 받아 들고 황홀해한 적이 있었다.
손에 들린 아이스콘을 서로서로 뿌듯해하면서 아까워 선뜻 먹지 못하는데
그때 왕진을 가시던 아버지에게 걸려서 그 자리에서 땅바닥에 버려야 했었다.
상대를 엄청 배려하는 아버지는 바로 옆에 그 아이스를 파는 아저씨가 계셨는데도
그때의 아버지는 무섭게 버려! 하는 고함을 질러 곁에 있던 간호원 언니도 놀래고
동생과 나는 들고 있던 아이스가 아까워 이것만은 먹자고 했다가 더 혼이 났었다.
지금도 아이스콘이 땅바닥에 엎어져 있던 것을 기억하는데 며칠을 그 사건으로
누나가 되어서부터 시작해 누가 먼저 먹자고 했냐며 추궁을 당했다.
그것 말고도 아이들이 다들 쪽쪽거리면서 빨고 있던 고동(다슬기)을 샀다가
한 두 개를 맛봤을까 그것도 먹지 못하고 들켜서 버려야 했었다.
나의 부모님은 나를 엄청 귀하게? 키우려고 했지만
항상 곁에 두고 사 먹는 것을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을 부모님들은 아셔야 한다.
나는 먹어 보고 싶다는 길거리 음식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버릴 수 없었는지
중학교를 버스 타고 다니면서부터는 사 먹고 싶은 길거리 음식은 모두 다 먹었다.
그렇게 커버린 나는 내 자식과 같이 길거리 음식을 탐방하고 다녀는 엄마가 되었다.
내가 내 아이들을 데리고 부산에 놀러 오면 난 반드시 서면 포장마차 골목을 찾아갔는데
그때 쪼그리고 앉아 먹어 봤던 길거리 음식은 지금도 이야깃거리가 되어 즐긴다.
길거리 음식에 주저하지 않아서 주변의 엄마들에게 많은 잔소리를 들었지만
그걸 딱 우리만 사 먹는 것은 아니고 사 먹는 사람들이 많아 장사가 되는 것이고
나도 내 아이들도 다른 먹은 사람들도 대부분 멀쩡하지 않냐는 생각이었다.
정말 더럽게 만들거나 먹다가 땅바닥에 떨어트렸거나 하는 것은 못 먹게 했지만
그때 아이들과 사 먹었던 추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어디엔가도 써 두었지만
내가 하도 아이들과 길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먹고 있으니 주변에서 잔소리를 해서
같이 사는 내과의사에게 물어봤더니 조금씩 나쁜 균도 먹어서 면역이 되면 좋다고 했다.
자기 자식을 두고 한 말이니 믿기로 했는데 그게 사실인지 아이들은 건강하고
아이들도 나처럼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길거리 음식은 적은 양으로 사 먹을 수 있고 그래서 여러 가지 맛을 볼 수 있으며
길거리에 앉아서는 누구의 눈치에도 상관이 없는지 엄청 편해 즐기게 되는 것 같았다.
나는 마스크를 집 밖에서는 절대로 벗지 않아서 갈증이 생겨도 참고 버티는데
어쩌다 길거리 음식을 보고 그냥 지나치려다가 싸 달라고 해서 집에 들고 왔더니
길거리 음식은 정말 밖에서 먹어야 맛이 나는지 꽉 막힌 집안에서는 맛이 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