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소심함
5세트에서 이겼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이 붙은 여자 배구 경기이다.
이겼다고 한다.
이겼다고 하니 안심하고 봐도 되겠다며 동영상을 찾아봤다.
그런데 계속 점수차는 일본이 유리하게 되어서
양손을 꼭 쥐고 기도하듯이 쳐다보고 있다.
몇 번을 2점 차로 밀리다가 겨우 한 점 차로 되고 이번엔...
숨 막히는 시간이 계속되니까 나는 현실 감각이 사라졌는지
벌써 결과가 나온 이 경기를 지금 생중계하는 것으로 불안해한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자고 이 경기는 결정이 난 거라고 입으로 중얼거리며
이겼다고 하는데 왜 그래 하는데도 난 불안 초조하다.
이러니 내가 생 중계방송을 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이렇게 떨지 않았는데 나이 들어 마음이 약해졌나
자꾸 이겨야 한다고 욕심을 내서 이렇게 떨리는 건지
나는 점점 경기를 결과만 보고 내용은 하이라이트만 보게 되었다.
처음엔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경기를 피하고
그다음엔 무조건 우리나라가 하는 경기는 안 보게 되었다.
보다가 지게 되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애쓴 선수들이 가여워지는데
시합 내내 선수들의 표정에서 얼마나 애를 쓰는지 알게 되어
지고 나면 얼마나 허탈할지 그 감정이 나에게도 전달이 되었다.
노력만 하면 모든 것에 대가가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이런 서열을 정하는 일에 나는 적합하지가 않은 것 같았다.
이겼다고 하는 경기를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끝까지 보고는
몰랐다는 듯이 이겼구나 하며 안심을 하는 내가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