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궁상끼
이렇게 열심히 모았던 일에 보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싶은데...
난 이런 궁상끼를 모으는 일 말고도 많이 하는 편이다.
이 궁상끼라는 말은 내가 엄마에게서 많이 들었던 말인데
그땐 그냥 엄마와 성향이 달라서 이해를 못하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런 것까지 모으는 것을 보면 정말 궁상끼가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비닐랩을 다 쓰고 나면 나오는 종이 봉(심)이 중요했는데
부엌 선반이 무거워 휘어지려고 하면 고여두는 것으로 최적이었다.
이렇게 쓰느라고 조그만 톱까지 사두어 여러 가지에 활용을 했는데
거의 나무 조각을 대신하는 역할로 고이거나 받치거나 하는데 쓰였다.
나는 플라스틱 정리 상자나 플라스틱 용기 등을 쓰지 않는다.
내가 살림이라는 것을 시작한 곳이 습기가 많은 일본이어서 그랬는지
플라스틱 상자 안에도 물끼가 있어 건드리면 물방울이 되어 흘렀는데
이런 것을 경험하고부터는 사 두었던 플라스틱 서랍 상자를 모두 버리고
철저하게 종이로 된 상자만 쓰면서 살았고 이건 미국에 가서도 지켰다.
이런 습관으로 종이 상자나 종이로 된 봉(심)은 열심히 모았는데
랩에 있는 심은 엄청 튼튼해서 나무를 대신할 정도의 힘이 있었다.
지금 이 오피스텔에도 그 종이 심은 4개나 모였는데 쓸 일이 있는지
한국의 집은 신발장이든 부엌의 선반이든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서
선반이 휘어질 일은 없으니 모으는 의미도 없을 것 같은데 모으고 있다.
한국에 와 살면서 난 엄청나게 많은 아들의 반팔 면티를 사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100% 면을 찾기가 힘들고 있어도 묵직하고 10달러는 했는데
한국에서 찾아낸 면티는 부드럽고 가벼우면서 10달러보단 쌌었다.
그런 면티가 어느 날 두장에 15달러 정도라고 하기에 20장을 샀는데
무늬가 없는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어깨에서 소매통까지가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마음에 들면서 포켓도 하나 붙어 있으니 미리 사 두어야 한다고
집에서 입는 흰색을 대부분 사고 엷은 분홍색과 엷은 녹색도 골랐다.
이렇게 한꺼번에 사도 될까 하면서 살만 더 찌지 않으면 된다고
아들에게 쌓아 놓고 싸게 잘 샀다고 자랑을 했더니 많은 것에 웃었다.
아들도 마음에 들고 편하면 몇 년을 같은 것만 입어도 싫다 하지 않는데
나도 그렇지만 아들도 옷을 골라서 입어야 하는 경우를 더 싫어하고
둘 다 땀이 많아서 흡수가 잘 되는 것을 원하니 이게 딱이었다.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 장을 샀더니 한꺼번에 라벨도 엄청나게 생기고
라벨에 따라온 아주 작은 안전핀도 한가득 생겼다.
정말 오래전에는 이 작은 안전핀을 보고 예뻐서 깜찍해서 모았다가
내 치맛단이나 친구 치맛단이 트더지면 아주 요긴하게 쓰여 좋았는데
치마를 입지 않은지도 오래되어 쓸 일이 있을까 하면서도
이 취미는 여전해서 미국에도 한 뭉치가 있고 일본에도 한 뭉치가 있으며
이제 막 시작한 한국살이에도 한 뭉치를 가지게 되었다.
요즘은 작은 안전핀의 색도 다양하고 라벨을 끼워두는 실의 색도 예뻐서
그냥 버리기가 너무너무 아까운데 그렇다고 쓸 곳도 없으면서 모아 두고는
이것도 사람의 손으로 했겠지 하면서 분리를 시키니 가능했다.
이렇게 정성을 들이면 뭔가에 쓰이겠지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