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도전
난생처음 돈을 내고 뭔가를 해 봤다.
돈을 내고 뭔가를 하면 본전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하는데
난 그 열심히라는 말이 부담이 되는지 돈을 내는 것을 피한다.
우선 내가 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찾아 배우는 정도로 시작해서
정말 내 운명이 해야 한다고 확 빠져들면 그땐 돈을 내고 배울 것 같은데
처음부터 돈을 내고 시작하다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돈 낸 것이 아까워 관두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억지로 다닐 것 같아
그럼 그 시간도 아까운데 참으려니 얼마나 고역일까 한다.
부모의 돈으로 배운 것에 대한 성과나 희열을 못 느껴서 그런지
그 머리로 뭘 하겠니 하며 돈만 버린다고 하는 말을 들어서 인지
난 철이 들어 내가 나를 움직이며 살기 시작하고부터는
나를 위해서 돈을 들여 배움이나 경험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히메지에서 도시 고베로 이사를 하고 도시의 삶에 대해 찾아보다가
커피 전문 회사가 만든 커피 박물관이라는 작은 건물이 있었고
천 엔을 내면 누구나 한번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는
부산 친구들이 하는 커피에 대한 이야기에 끼지 못했던 생각이 나서
이참에 나도 조금이나마 경험해 보자고 신청을 했었다.
커피콩을 볶아 보는데 1000엔이라고 해서 계산을 해 보니
나가서 마시는 커피 석 잔의 금액으로 볶은 콩은 갈아서 준다고 했다.
신청자가 많은지 전략인지 예약은 한 달 후가 되었는데
한 테이블에 두 명이 서서 하나의 불을 쓴다고 하며
한 사람당 볶을 때 쓰는 면장갑과 볶은 콩을 담아 갈 봉지를 줬다.
다섯 나라에서 재배가 된 콩 중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골라 담았다.
각 나라의 콩은 제각기 맛과 향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걸 적어 놓은 종이를 받아 읽기는 했는데...
진짜 볶기를 하는데 여기저기의 테이블에서 나오는 냄새가
이런 커피 냄새가 베인 곳에서 살아도 좋겠다며 황홀해했더니
불에 타서 벗겨지는 거라고 떨어져 나오는 재가 풀풀 날려 다녔다.
다들 하얀 테이블에 흩어지는 재에 놀래서 야단들인데
한번 더 벗겨내야 합니다 하는 말에 다들 한 번 더 웅성거렸다.
커피 콩이 타는 소리에 흥분하고 진해지는 색에 감동을 했는데
이렇게 해서 커피맛이 달라지고 숙성이라는 것도 필요하다고
이런저런 전문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볶은 콩을 갈아 봉투에 담았다.
봉투에서 솔솔 피어오르는 향기에 정신을 팔고 있으니
커피를 내리는 방법도 두 가지가 있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맛보라고 하는데...
체험을 마치고 박물관이라는 곳을 들러 구경을 했는데
그 옛날에도 커피를 마시려고 이런 기계와 도구를 만들었구나 하는
작은 방 하나 정도의 물건들이 나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줬다.
커피 한잔의 의미를 다르게 느끼도록 만들어 준 이 경험은
집에서 커피콩을 볶아 봐야지 하는 도전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역시 나는 커피의 미묘한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막연하게 가졌던 커피에 대한 로망을 편하게 버리게 해 주었다.
나는 믹스커피에 인스턴트커피를 조금 넣어주면 되는 맛으로
블랙커피를 마셔 보려고도 하지 않는 내 커피 취향으로는
얼마나 복잡한 과정인지 그냥 믹스 커피도 맛의 무게가 달라졌다.
천 엔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고베의 복잡한 교통수단으로
교통비가 비싼 나라인 것은 알겠는데 겨우 3구역에 갈아타는 반복은
버스에서 JR로 다시 Port Liner를 갈아탔더니 왕복 천 엔이 넘었다.
그래서 웬만한 열정으로는 두 번 다시 가지 않을 것 같은 이 여정으로
Port Island를 갔다 왔다는 것이 커피콩보다 더 머리에 남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