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직감
딸이 샌드위치를 먹는다며 올려놓은 사진에 갑자기 나도 먹고 싶어 져
반팔에 샌들을 신고 나가 보니 며칠 전과 다른 찬 바람에 가을을 느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힐끔거리는 시선에 정신 차려 보니 다들 긴팔이었다.
대부분 스웨터나 잠바를 입어 놀랬는데 아예 겨울 옷차림도 있고 부츠도...
주문한 것을 기다리는 약 10분간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도 쳐다봐서
움츠리고 있으면 더 꼴불견일 것 같아 허리를 펴고 허세를 부렸다.
그런데 난 정말 춥지는 않았다.
옆 건물의 가게에 들렀다가 바로 집으로 갈 거니 추울 겨를도 없었고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걷고 있으니 살짝 더운 기분에 상쾌했는데
이런 내가 비정상인가 하면서 아침에 마신 인삼액 덕분인가 했다.
그러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안내 방송을 듣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고
뭔지 모르는 거부감이 확 들어서 조금 전에 느낀 기분은 사라져 버렸다.
난 내가 봄보다는 가을을 좋아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을이 와서 나의 계절이구나 하며 가을의 먹거리를 즐겼는데
순간 느껴진 것은 이 계절이 나에게 뭔지 모를 쓸쓸함이 있다고 알려줘
이제 나도 가을을 타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가 하고 이유를 찾으니...
3년 전 이런 찬바람이 불어올 때부터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이 공간을 만들어야 했던 이유에서 부산에서 살자고 마음먹게 된 것을 찾아 내니
병원을 들락거리며 간병인의 눈치를 보면서 처음 해 보는 일들에 긴장을 하며
그저 나가고 들어오는 것만 했던 이 공간이 나에게 남겨 준 기억으로
점점 차가워지는 공기와 나에게 매번 대화를 걸어준 엘리베이터의 안내가
나도 모르게 내 속에 깊이 박혀 있었는지 나를 흔들었다.
그저 묵묵히 해 냈고 별다른 큰 타격도 없었다고 느꼈던 일들이
차가운 바람과 엘리베이터의 안내로 씁쓸한 허전함으로 깨어났는데
그 시간들은 지났고 되도록이면 생각하지 말자고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라고
애써서 피하면서 살았던 것 같은 그 시간을 순간 전부 떠올리고 말았다.
기억이라는 것이 왠지 살짝 무섭다는 기분도 느끼면서...
이제는 가을이 되었다고 해가 깊숙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지 않아도 이 좁은 공간은 해만 뜨면 창문을 열어도 식지 않아서
아직도 에어컨을 틀고 앉아 있는데 거기에 햇살까지 보태니
이래서 반팔을 입게 되고 그래서 잊고 있어도 될 기억까지 떠올렸나 보다.
이번 가을은 왜 작년 가을에도 느끼지 못했던 기분에 젖게 되었는지
지금의 난 너무 걱정거리가 없어서일까...
그렇다면 나는 좋다는 건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