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생각
남들이 다 공기가 나쁘다고 해도 감기에 걸려도 쓰지 않던 마스크를
이번 코로나에서는 어쩔 수 없이 썼는데 처음엔 엄청 갑갑했었다.
그래도 써야 하고 쓰기만 하면 안전하다고 했으니 하면서
두 시간은 버틸 수 있어 마스크를 쓰고 나가 볼 일을 봤는데
아무리 목이 타서 컥컥거려도 밖에서는 절대로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이런 마스크에 점점 익숙해지니 다른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갈 때 눈곱만 걱정하면 되니 게으른 나에게는 엄청난 특혜가 되어
그러지 않아도 대충하고 다니던 얼굴이 더 막 나가는데도 아무도 모르니
이것처럼 나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없을 거라고 좋아했다.
그런데 이런 시간이 길어져 나의 이 태도가 굳어지면 어쩌나 하면서
이러다가 아예 여자이기를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나도 내가 걱정이 된다며
딸에게 주절주절 늘어놓으니 설마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을 거라 한다.
딸은 마스크에서 살아남은 눈이 가져다주는 인상은 정말 마법 같다며
눈만 봐야 하는 이 상황에서 눈만으로 얼굴 전체를 나름대로 상상했는데
마스크 벗은 얼굴을 보고 실망감에 깜짝 놀랐다며 엄마는 어떠냐고 물었다.
그래서 생각을 해 봤는데 난 눈만 남은 얼굴을 보며 얼굴 전체를 상상...
이란 것을 해 보려고 한 적도 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 딸이 특이한 건지 내가 특이한 건지...
딸이 있는 연구실에 새로 연구원들이 들어왔는데 그들을 처음부터 눈만 봐서
눈이 아주 예쁜 여자아이가 뭘 물어오면 그대로 전체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정말 귀여울 거라며 딸도 엄청 상냥하게 대답을 해 주곤 했다는데
마스크를 벗은 전체의 얼굴을 잠깐 보고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어떤 얼굴이었는데 그러냐고 하니 그저 평범한 얼굴이었다고 해서
그럼 충격받을 것도 없지 않냐고 하니 엄마는 그 눈을 안 봐서 그런다며
그 눈과 어울리는 코와 입과 턱으로 상상을 했더니 그렇다고 하기에
얼마나 좋게 상상을 하면 그러냐고 했더니 그 왜... 유명한 배우들 있잖아요 한다.
졸지에 그 여자아이는 마스크 때문에 예쁜 눈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되었고
눈으로 최고의 상상을 했던 딸아이도 허상으로 실망감을 가득 갖게 되었다.
이게 다 마스크 탓인가...
이 이야기를 마치고 나도 생각을 해 봤다.
눈이 이렇게 얼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왜 나는 눈을 보면서 얼굴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지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