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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Feb 19. 2022

울면서 보는 드라마

나이 든다는 것

며칠 힘들게 지내며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드라마만 봤었다. 


밤에는 비염으로 숨을 코로 쉬지 못하니 목안 깊숙한 곳까지 마르게 되어

나도 모르게 컥컥거리다가 깨고 헤매더니 그래서 몸이 엉성해졌는지

어쩌다 나가서 장을 봤더니 너무 무거웠나 그랬다고 허리가 아파왔다.

고작 그만한 일로 내 허리가 삐걱거린다는 것에 엄청 자존심이 상했는데

그래서 비염으로 떨어진 잠의 질이 바닥을 긁어야 하는 수준이 되었다.


이런 시간이 오기 전에는 고개를 들던지 몸을 돌리던지 하면 멀미가 났는데

그게 너무 자주 반복된다는 것에 살짝 무섭기도 해서 조용히 지냈었다.

그래서 철분 보조제를 국산으로 알맹이가 작은 것으로 찾아 먹고 있는데

그러다가 허리까지 말썽이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게 되었다.


하루 종일 머리가 맑지 않아 넋을 놓고 지내면서도 먹을 것은 다 챙겨 먹고

그러면서 시간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정신을 팔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웃을 수 있는 오락프로는 볼 수 없고 다큐도 어떤 것은 눈을 감아야 하며

뉴스도 격한 것은 화면이 흔들려서 보다가 나도 모르게 멀미를 하고 있어

이것저것을 가려가면서 보려니 나에게 자유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을

이런 것이 늙어간다는 것이구나 하고 힘들게 배웠다.


이렇게 몸이 불편해지니 정신까지 말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려고 하는데

동계올림픽에 나오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노력에 감탄을 하면서 자극을 받으면

난 왜 이러고 있는지 반성을 했는데 이 선수들은 내 아이들보다 어렸다.

그래서 나도 덕분에 뭔가 해 볼 수 있지 않겠냐고 희망을 가지고 꿈을 꾸지만

딱 여기까지 컴퓨터를 닫으면 콧물과 허리 통증이 머릿속에 자리를 차지하고 

건성 피부로 겨울에 치러야 하는 간지러움을 참아 내려고 애를 쓰니

이것만으로 난 힘에 부쳐서 그저 얼른 시간만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이런 내가 카메라를 고정시켜서 찍는 드라마는 멀미도 없이 잘 보고...

그러니까 드라마 보는 일 말고는 하는 일 없이 살고 있는데

드라마 왕이 된 남자를 어쩌다 보게 되었다.

처음 이 드라마가 나왔을 때 나는 이렇게 어린 배우가 왕이라니 하면서

사극에 너무 어린 배우들이 나온다고 난 대부분의 이런 사극을 피했었다.

나이 탓인지 무서운 것이나 너무 긴장하게 만드는 것도 점점 안 보게 되고

많이 울어야 하는 미스터 션샤인은 정말 힘들어서 보는 것을 멈추게 되어

갯마을 차차차 같은 드라마를 찾아 즐겼는데 이 드라마도 할머니가...

그러니까 마지막 부분은 한참 울어야 할 것 같아서 아직도 못 보고 있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드라마를 보면 왜들 짠하고 안쓰럽고 가여워 보이는지

웃고 있는 얼굴 뒤에 있는 마음은 얼마나 힘들까 하면서 울컥하고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에는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면서 같이 울게 된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엔 이렇게 따라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졌는데

요즘은 울컥 만 해도 힘에 부치는지 머리도 몸도 피곤해서 늘어진다.

몸도 안 좋아 불편한데 마음까지 우울해지면 안 된다고 피하는데

드라마로 여러 인생을 보면서 나는 잘 살았나 열심히 살았었나 하며

인생이 끝나가는 사람처럼 정리를 하는데 이게 전부 다 나이 탓 같다.


왕이 된 남자가 영화도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나는

무슨 황당한 내용이냐고 생각하면서 주인공도 저렇게 어려서야 하면서

나와는 절대로 맞지 않는다고 자신했었는데 난 지금 푹 빠져서 지내고 있다.

이 나이에 난 뭐가 마음에 들어 이러고 있는지 엄청나게 생각을 해 봤는데

왕에 조내관에 이규와 장무영 이들의 끈끈함이 나에게는 든든했던 것 같다.

이규가 왕에게 절을 할 때엔 펑펑 울었는데 울면서도 봐졌던 드라마였다.

왕비의 말에는 사람이 저럴 수도 있구나 하면서 너그러움에 매번 놀래며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에서 깔끔하게 멋진 한복에 화면을 멈춰놓고 봤었다.

내용에서 계속 당하는 것이 아니고 그때그때 갚아주는 것이 시원했는데

그래서 덜 긴장하고 봤었는지 난 이 드라마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이 드라마는 결국 만든 사람들의 능력이고 이건 현실도 아니지만

왠지 지금 내 현실이 힘들어서 그런지 계속 이 드라마와 같이 살고 있다.


그저 그냥 이들이 서로를 생각해 주는 마음에 나도 그 속에 있고 싶은지

이 나이가 되어 이렇게 제목에 주인공들의 이름까지 찾아 외우게 된 것에

이게 주책인가 하다가 이것도 좋은 현상이라고 덕분에 다른 나를 봤다고

이젠 절대로 제목이나 주인공의 나이로 편견을 가지지 말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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