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선인지 알았다.
일본에서 중학생이 학교에서 친구와 싸우다가 흉기에 찔렸는데
병원으로 가는 도중 과다출혈로 사망을 했다는 뉴스...
이 뉴스를 읽다가 내 아이의 일이 떠올랐다.
어느 날 아이가 유치원에서 나오지 않았다.
보통은 키가 커서 잘 보였던 아이가 보이지도 않아서
같은 반의 아이를 붙잡고 물었더니 다쳤다고 했다.
얼마나 어디를 하고 물으며 답을 들으며 뛰어 들어갔더니
아이는 교사도 없는 곳에서 혼자 하얀 수건을 머리에 대고 있었다.
선생님은 하니까 아이들을 다 보내면 오겠다고 했다며
손으로 머리를 누루고 있으라고 했다며 가리키는데...
접힌 하얀 수건은 그냥 하얀 상태로 아이의 손에 있었지만
올리고 있던 팔이 저렸는지 전혀 찢어진 부분이 눌러지지 않아
겨울 유치원 원복의 재킷 뒷부분이 거의 피로 젖어 묵직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다친 아이를 혼자 두다니 하며 데리고 나가려니
중년 교사가 들어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하던 일을 하면서
유치원의 아이들을 다 보내면 병원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며
이 정도는 별일이 아니니 너무 야단스럽게 하지 말라며
다른 아이들이 보면 놀랜다고 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때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녀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웠었는데
내가 어떻게 달렸었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다음에 기억나는 것은 머리 뒤 퉁수를 꿰매고 집에 와서
아이의 옷을 빨려고 생각 없이 세면대에 물을 담아 넣었더니
벌건 핏물이 나오는데 물을 흘려보내면서 해도 해도 끝나지 않았다.
겨울 재킷이랑 블라우스에 러닝 셔쓰까지
심지어 치마의 허리춤에도 피가 스며들어 있었다.
재킷은 두꺼워서 빨아도 빨아도 핏물이 나오는데 얼마나 기가 찬지
서글프고 아이가 불쌍해서 울면서 빨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주변의 엄마들이 머리에는 다른 곳보다 피가 많이 나온다고 했지만
그 유치원의 교사들이 했던 행동은 이해가 안 되었다.
피가 흐르는데 아이에게 아이손으로 누르라고 혼자 내버려 둔다는 것이
아이는 그게 어떤 일인지 몰라서 별 충격을 받지는 않은 표정이었지만
그 큰 방에 혼자 앉아 손을 올리고 있던 순간은 사진처럼 머리에 남아
이렇게 쓰면서도 마음이 쓰라려 한번에 쓰질 못하고 있다.
아이는 이층 난간을 붙잡고 놀다가 손을 놓고는 뒤로 넘어진 것이라고
아이는 자기 탓이라 하면서 그러고 있으라고 했으니 그대로 있었다며
직접 피를 본 것이 아니어서 울지는 않았던 것 같았는데...
아이가 울지 않았다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왜 울지 못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아
아이의 머리를 양쪽으로 묶을 때마다 보이는 상처에도 입을 다물었다.
그때 그 유치원의 담당 교사는 아주 어렸는데 원장이라는 중년의 선생은
유치원 아이들이 모두 유치원을 잘 떠나게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한 아이 때문에 다른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하면서
메뉴엘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고 했었다.
이때부터 나는 일본의 교사들을 믿지 않기로 했다.
더 막 따지고 싶었는데 다른 엄마들이 그러면 아이가 더 힘들어진다며
유치원을 바꿀 것이 아니라면 미움을 사지 말라고 해서 꾹 꾹 참았다.
사실 그 어린 교사는 하라는 데로 한 것이니 내가 따지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혼자서 놀다 그런 사고가 난 거라고 해도 그런 아이를 그렇게 놔두는 경우가...
이런 경우 상처가 적어서 다행이었지만 상처가 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머리에서 그렇게 많은 피가 흘러도 눈 하나 깜짝을 안 하고 할 일을 마쳤으니
아마도 뉴스의 그 중학생도 그렇게 과다출혈이 된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딸아이는 일본 아이들보다 키가 훨씬 크고 덩치도 좋았으며
언제나 시끄럽게 할 말은 참지 않고 하는 편이어서 조금은 미움을 받았나 하는데
지금도 그 머리의 상처 부분은 머리카락이 나지 않아서 정확하게 반으로 머리를 가르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