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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에 얽힌 이야기

브라운관 TV

by seungmom

일본에서 살 건데 하면서 한국에서는 호두나무로 된 장롱만 사 가고

나머지는 일본에 가서 장만하기로 했었다.

누구와 갔었는지 일본어도 모르면서 TV에 대해서도 잘 모르면서

80년대 초에 혼수를 장만한다며 TV를 사러 갔었다.


그때 일본의 전기제품은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았을 때였기에

그 시절의 브라운관 TV를 고르면서 성능으로는 확실하게 믿었었다.

제대로 좋은 것을 샀다는 생색이 필요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 참에 좋은 브라운관으로 TV를 보고 싶다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것으로 몇십 년은 다시 안 사도 되길 바라는 나의 입장에서

서로의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같이 TV를 골랐었다.


일본에서 살고 있던 사람이 추천하면서 최고의 상표라고 한

도시바의 제품 중에서 나무로 틀이 되어 있어 가구같이 보이는

정말 보면 고급이구나 하는 것이 느껴지는 TV를 골랐다.


가격도 80년대에 거의 23만 엔이었으니 엄청나게 비싼 것이었는데

혼수로 하는 전기제품은 이것이 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기왕 하나만 하는 거 폼나게 하자고 거의 주문제작과 같은

나무로 된 다리까지 그냥 보면 전기제품으로는 보이지 않는 TV였는데

이걸 고를 때 일본어를 몰라 통역을 통해서 들은 기억으로는

브라운관이 최고로 좋은 것이라 색도 선명도도 눈에도 좋다고 했었다.


살면서 주변 사람들이 이 TV를 보면서 하는 첫 말은

도시바네 하는 것이었고 엄청 비싸 보인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알게 된 건데 일본 제품으로는 도시바가 최상급이라는 것으로

그 당시에는 정말 그랬는지 다른 회사 것 보다 조금씩은 더 비쌌다.


이랬던 TV가 5년도 되기 전에 탈이 나고 수리를 부탁해야 했다.

최고의 TV라더니 그 최고가 수리에서도 최고를 나타냈는데

방문하는 비용도 엄청나고 수리하면서 드는 부품 비용도 대단했다.

도시바 정도의 제품을 쓰는 사람들은 이런 비용도 가볍게 지불하는지

그때 내가 느낀 것은 괜히 용쓰면서 좋은 것을 사는 건 아니라는 후회였다.


그런 TV가 일 년에 한 번 수리를 하더니 다음엔 일 년에 두세 번이 되고

7년이 넘어가니 TV를 원망하면서 살아야 하는 매일이 되어 힘들었는데

그때 일본 친구들이 한 말이 더 허탈하게 만들어 버렸다.


일본의 전기제품은 8년 이상 쓰지 못하게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

아무리 잘 관리하면서 사용해도 8년이 되면 고장이 나게 되어 있다고 했다.

세상에 이런 날강도 같은...


그 후로는 일본에서 허접한 대접을 받는 그런 회사의 제품으로 샀는데

정말 잘 조심해서 써도 8년을 넘긴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싼 가격에 비해서 이 정도로 몇 년을 사용했다면 좋은 제품이라고

뭐든 도시바와 비교하고 평가했는데 그 도시바가 정말 그런 회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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