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답변
돌아다니며 사는 나를 보고 엄청 부럽다고 하는데...
타국에서 살면 왠만해서는 놀래지도 않는 그런 표정을 하고
온몸의 신경은 곤두세워 불안으로 떨면서 입을 꼭 다무는데
이것은 미국에서 보다 일본에서 몇 배 더 많이 느끼며 견디어 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다들 일본이 좋다고 오는 것인지...
온통 일본 관광에 관한 것을 보면 좋았다는 이야기들로 가득한데
그런 것들을 읽으면서 다들 또 오고 싶다고 하는 곳에 살면서
왜 난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사는지 알았으면 한다.
관광은 일본의 치사한 이중의 잣대를 그냥 무시하고 떠나면 그만이고
단무지도 주지 않는 우동을 색다르다고 생각하면서 다신 안 먹으면 되는데
생활은 겉만 바른 예절로 서로 속이는 일상은 짜증만 나게 하고
달짝지근한 음식들로 달랑 한 그릇만 나오는 우동이나 덮밥은
처음부터 이렇게 살지 않았던 한국인을 매일 궁상맞게 만든다.
이번에 아이들이 있는 미국 LAX에 내려 공항을 떠나면서
아들이 운전하는 차에 앉아 여기는 어떤지 하면서 느껴보려고 애를 썼다.
미국에 처음 생활을 한 곳은 Irvine으로 LA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인데
두 곳 모두 한국인들이 많이 살아서 음식도 언어도 사람도 아쉬움이 없어
이곳이 타국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보다 편안한 것에 타국의 느낌이 없었다.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언제 네가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니? 하고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한국과 일본을 석 달에 한 번씩 옮겨 살아서 그런지
타국이라는 경계가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도 그렇게 느껴져
다른 나라라는 인식이 없어 미국이라고 느껴지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타국이지만 매일 살아가는 일에는 쓰레기 버리는 날이 더 신경이 쓰이고
버스 요금이 오른다고 하는 것이나 달라지는 교통 법규가 더 중요해지는데
이렇게 매일이 매일 찾아와 지나가는 동안 익숙해지는 타국 생활에는
관광으로 오는 사람들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없었다.
남의 나라여서 관광객처럼 여권도 필요하고 비자도 있어야 하지만
그저 막연히 나에게 관광을 할 수 있어 좋겠다고 하는 말에는 대답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