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인 습관

중년의 글쓰기

by seungmom

성격은 무척 비관적이고 어두운 편이다.

좋게 말하면

뭐든 방어를 하고 걱정을 해 두어 실수가 적다.

대신 앞으로 나가질 못한다.


이 성격으로 아이들은 무탈하게 잘 키웠는데

다 큰 아이들은 나를 답답해한다.

앞으로 나가려는 아이들에게 걱정부터 하게 만든다고...


이런 성격은 글에도 푹 젖어 있어서

이제까지 써 놓은 것을 읽으면 정말 우울해지는데

그래도 무거운 것들을 마음에서 글로 옮겨 놔둔 덕분에

나는 이렇게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내발로 서 있게 되어

혼자여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들이 무거워 지치면

생각조차 힘들어 가라앉아 버리고 모든 것이 허무해지는데

이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다시 나오기는 더 힘들지 않겠나 하며

글을 쓰는 손은 뱉어내는 감정을 다 받아 주려고 애를 썼는데

날아가는 글씨로 쓰인 글에서 나는 내가 보였고 그래서 달랠 수 있었다.


쓰면서 얼마나 많은 화와 울분을 토해 냈는지

쓰는 일은 나를 읽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나에게 최고의 습관이었다.

쓰는 일이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까지 주지는 못했지만

어두움 속에서 헤쳐 나오는 힘은 키우게 해 주었던 것 같다.


노트 한 장이면 친친구가 준 짜증을 해결해 주었고

노트 두 장 정도가 지인이 떠난 역에서 울컥하는 외로움을 달래 주었다.

비 오는 날 카페에 앉아 노트를 펼쳤더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느긋해지는데

창에 비친 내가 여유 있어 보이더니 어느새 날카로웠던 생각의 가시들도 사라졌다.


이 좋은 습관은 언젠가는 아이들에게도 꼭 힘이 될 것 같아서

어릴 적부터 아이들도 써야 한다고 열심히 닦달을 했었는데

이 아이들은 써야 하는 이유가 없었는지 나처럼 쓰지는 않았지만

쓰는 일을 어려워하지 않아 언젠가는 자신을 위해서 쓰겠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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