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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한국인 청년

재일 교포의 국적 선택

by seungmom

1/4 한국인이라서... 라며 한국에 대한 것을 잘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완전한 한국인이어도 한국에 대한 것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데

왜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하는지 처음엔 이해를 못 해서 한참을 쳐다봤다.

일본에서 자란 재일 한국인 청년은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에 대해서

자신이 가진 피의 성분이 한국 쪽이 적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1/2의 한국인은 딱 절반이 한국인이고 절반이 일본인이라 조금은 다른가

이런 사람은 더 갈필을 잡지 못해서 휘청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는데

내가 한국에서 온 100% 한국인이라고 나에게 터 놓는 이런 고민에서

난 100%가 아닌 한국인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는 말을

면전에 대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들 진지해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난 내가 할 필요도 없는 이런 고민을 엄청 하게 되었는데

내 아이들의 경우로 보면 100%의 한국인이지만 국적만 조상만 그렇지

같이 살던 사람은 일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일본 교육을 받아서

내가 볼 때엔 완전한 한국인은 절대로 아니고 그저 무늬만 한국인이어서

이런 경우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많이 복잡했다.


이런 이야기는 미국의 아이들 고등학교 학부형으로 만난 사람에게서도 들었다.

그냥 보기에는 딱 백인이었는데 아들의 친구 엄마인 이 사람은 1/2 일본인으로

백인들이 살던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엄청 시달렸다고 했었다.

백인들은 이 엄마에게 어렴풋이 남아 있는 그 아시안의 모습을 찾아낸다는데

이 엄마의 아버지는 백인이고 엄마는 하와이에서 학교를 나온 일본인으로

2차 세계대전 때 오키나와에서 일본군의 만행에 도망을 쳤다고 했었다.

일본 본토의 사람들은 오키나와 사람을 완전한 일본인으로 대접하지 않는데

전쟁 때도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포로가 되지 말고 스스로 죽으라고 했다고 한다.


이 엄마와 나는 일본어로 소통을 했는데 막히는 일본어 단어는 내가 알려주고

내가 버벅거리는 영어는 이 엄마가 대신해서 알려줘 학교에서 하는 행사나

아이들이 했던 마칭밴드의 봉사에도 참가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어느 날 이 엄마가 나에게 일본은 왜 미국인을 싫어하냐고 물었다.

난 이 질문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일본은 백인에게는 무척 관대하다.

내가 일본어를 배우려고 다녔던 곳은 미국 주립대학 학생들이 교환으로 오는

일본 대학의 어학당 같은 곳이었는데 그래서 백인이나 흑인 등 다양했었다.

이곳에 3학기를 다니면서 일본에서 흑인은 한국인보다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것과

백인은 뭘 해도 용서가 되는구나 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을 했었다.

흑인 아이는 홈스테이 집에서도 푸대접받아서 결국 울면서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그걸 보고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일본 3세 미국인 아이는 일본을 막 욕했었다.


이런 것을 경험했던 나는 이 아들의 친구 엄마가 하는 말에 처음엔 무척 놀랬었다.

이 엄마는 일본에서 미국으로 공부하러 온 사람과 결혼을 해서 아들이 셋 있는데

이 아들들도 다 백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시안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결혼하고 처음 남편의 집에 인사를 하러 일본에 갔더니 친척분이나 주변분들이 와서

이 엄마에게 왜 미국은 원자폭탄을 떨어트리고도 사과를 하지 않냐고 삿대질을 했다며

나이 먹은 남자들이 여럿이 둘러앉아 자신을 향해서 말을 퍼붓는데 엄청 무서웠다고

그래서 다시는 일본을 가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백인과 일본의 반반도 일본인들은 싫다고 하니

어떤 기준으로 일본인이 되고 일본인이 아닌지

그저 국민성이 왕따를 즐기며 살다 보니 이렇게 된 건지...


한국인과 일본인의 반반은 한국인의 피가 섞여서 싫다고 한다.

일본인의 피가 반이나 되니 완전한 한국인보다는 좋을 것 아닌가 했는데

일본인의 피보다 한국인의 피가 더 큰 비중이었는지 미워한다.


이래서 끌려온 1세대의 후손들은 서류 한 장만으로 일본 국적을 택할 수 있는데

4세대가 되도록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그냥 재일교포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서 사는 재미교표들은 그들이 미국의 시민권을 얻는 것에 대해서

대한민국과 교포의 미래를 위해서 확실하게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내 나라의 국적을 버린다는 생각이 별로 없게 다들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3세나 4세 재일 교포는 그 시민권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지

일본인이 아니어서 많은 것에서 차별을 받는다며 고달프다고 하면서

재일교포는 왜 일본 국적 취득을 꺼리는지 납득이 안되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마음 편히 고국에서 살다 온 사람의 생각으로

재일 교포들의 세상에서는 일본 국적이라는 것이 더 비참해진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한국인 인 미국인으로 능력만 된다면 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데

일본에서 한국인 인 일본인은 뼛속에 박혀있는 피를 문제 삼으니까

능력이 되어도 생김새가 비슷해도 한국인이었다는 것에서 피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일본 국적으로 바꿔도 일본인은 아니고 그저 무늬만 일본인이 되어

도리어 교포 사회에서는 떨어져 나가는 꼴이 되니 꺼리는 것이라고 하는데

한국인들의 친척과도 혼인의 경우에도 일본 국적자는 싫어한다고 하니

왜 그냥 재일 교포로 살아가는지 이해가 되었다.


지금 80살이 되어 가는 사람들도 일본의 감추는 역사를 배워서

왜 한국인들이 일본에 오게 되었는지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 모른다.

일본의 말장난은 도가 지나쳐서 침략도 전쟁도 다 그럴싸하게 포장을 했는데

그래서 재일교포들도 그런 교육으로 한국의 당당함을 전혀 모르고 있다.

거기다 일본은 인종으로도 우월하다고 그러니까 일본 마음대로라는 식이니

이런 교육을 받은 재일교포들이 기를 펼 수가 없는 것 아닌가 한다.


1/4의 한국인 청년은 할아버지의 한국 성을 쓰면서 아버지가 지켜낸 국적으로

일본인 할머니와 일본인 엄마의 걱정을 이겨내고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고

자랑스럽게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난 왠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한국말은 그저 단어 몇 개뿐이면서 역사 교육도 순 일본식이었는데

이 청년이 살면서 겪어야 하는 것들이 이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지 않을까 해서

잘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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