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혼기
5살 아래 친구가 자신의 아들이 여러 번 소개를 받았다면서
소개로 나온 상대가 어릴수록 결혼 생각은 아예 없는 것 같다고
적어도 30이 넘어야 이야기가 조금 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며
자기 일을 가진 요즘 젊은이들이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 친구의 아들은 내 아들보다 한 살 많다.
내가 보기에 그 아들이나 내 아들이나 얼굴 자체가 어려 보여서
나에겐 처음 봤을 때의 유치원 모습이 남아 있는 그런 아이들인데
이 친구는 말끝마다 요즘 젊은이와 구분을 했다.
요즘 젊은이가 아니라고 한다.
내 자식이 요즘 젊은이가 아니라고 하는 말에 난 멍해지고
한참 부정을 하다가 30이 넘었다는 것에 납득을 했다.
그렇지만 아직 내 아이는 젊은데 젊어야 하는데 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직은 했더니 친구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고 주입을 시켜야 생각을 해 본다며
그냥 놔두면 안 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내 아이의 나이는 서류상으로 숫자로는 확실하게 30이 넘었다.
그런데 이 엄마의 느낌으로는 대학을 졸업하고 그냥 그대로인데
이런 말을 들으니 갑자기 한 세월을 지나친 듯 적응이 안 되었다.
내 아이들은 한국인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미국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교회라는 곳에 다녀야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럼 당연하게 종교인인 한국인을 만나게 되는 거라서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많은 나와 아이들은 생각조차 안 했다.
그런데 종교인인 이 친구는 이제라도 다니는 것이 어떠냐고
그러다가 때를 놓치면 어쩌냐고 외국인보다는 좋지 않냐고 한다.
미국행을 택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니 오래 미국 생활을 한 친구가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꼭 한국인과 만나야 한다고 못을 박고
그다음엔 백인까지는 허락할 수 있다고 양보를 하고
그다음엔 딸에게 여자가 아들에게는 남자가 안되다는 말을 했다며
이런 각오는 하고 있어야 한다며 충고를 해 주었다.
처음엔 이게 무슨 황당한 말이냐고 듣고 바로 흘려버렸는데
아이들의 고등학교에서 보고는 놀래 굳어 버린 내 행동에
여긴 미국이에요 했던 아이들의 잔소리가 이 충고를 떠오르게 했다.
이런 것에 대범하라고 했던 말이었구나 하고는 그 후로는
그냥 끄덕이면서 지나쳤는데 그게 내 자식 일이라면 어떨지...
지금까지 그냥 기다렸다.
한국인이길 바라면서 외국인이 아니길 바라면서
늦더라도 결혼이라는 것은 하게 되길 바라면서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마음 맞는 사람과 동거라도 좋다면서
억지로 마음을 바꿔야 하는 것은 권하지 않았다.
내 아이들은 요즘 젊은이들에 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고 마냥 기다리던 내가 조금은 안달이 나려고 했는데
그렇다고 아이들을 억지로 엮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겪어 봤고 그걸 그대로 아이들도 보면서 살았으니
아이들도 자신들의 판단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늦어지더라도 다시 기다리기로 했다.
이제는 현실을 잘 받아들여서 젊은이의 엄마가 아닌 것으로
내 아이들의 상황을 잘 이해해 보자고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연애만 해도 효자이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애국자라고 하는데
내 주변에 이런 애국자의 부모는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