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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Jun 20. 2022

더 허리가 굵어지면 안 된다.

한꺼번에 사 둔 바지를 위해서

계절이 바뀌어 바지도 얇은 것으로 바꿔 입으려니

겨울 바지 허리에는 훅에 단추도 달려 있어 안전했는데

후들거리는 바지의 허리에는 달랑 단추 하나만 있고

그 단추를 끼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해서 겨우 성공하고 나니

배를 편하게 원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힘들어졌다.


언제 이렇게 되었을까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허리는 어떻게 잠겼지만 그 살은 모두 위로 올라가 있었다.

작년에 잘 입던 반팔 티셔쓰가 옷이 줄었나 할 정도가 되어

옷맵시는 내가 아무리 철면피여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작년에 몸에 딱 맞는 옷으로 예쁘게 입고 살자면서 

커서 헐렁거리던 티셔쓰를 버리려 했는데 뒤져서 꺼내 입었다.


그러니까 작년에는 이런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겨울을 지내면서 너무 먹고 뒹굴었나 하는 후회를 했는데

이대로는 여러 가지 피해가 많지만 그중에 미리 사 둔 바지도 있다.

겨울 바지 2장과 봄가을 바지 3장이 모두 같은 허리 치수로

아직 한 번도 입지 않은 바지가 석장이나 되는데

지금은 이렇게 쪘지만 나이가 더 들면 빠지게 될 수도 있고

그러니 그냥 두면 되지 않을까 하면서 마음 편히 있자고 했더니

영상통화에서 딸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는 어쩔 줄 몰라한다.


나는 오랜만에 보는 딸아이의 얼굴에 살이 보이지 않아 놀래고

딸아이는 내가 너무 넉넉해 보인다고 운동은 하고 있냐고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에 서로 다른 말을 빙빙 돌려서 했지만

좋은 단어가 주는 것보단 표정으로 할 말을 다해 버렸는지

딸아이는 얼굴만 빠지고 허리와 허벅지는 토실하다고 했고

나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하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 딸아이는 운동을 철저히 하는 편이다.

누구의 자식인지 하면서 그 부모는... 하겠지만 그 엄마가 이러니

내가 딸아이의 체면을 깎아 먹는구나 하는 생각에 반성을 한다.


옷을 고르려고 다니는 것도 싫고 또 이 몸매에 맞는 것도 없어서

가격에 디자인까지 마음에 들어서 두장씩 석장씩 샀던 것이 

이렇게 발목을 잡는구나 하며 다시는 이렇게 사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사놓은 것은 입어야 한다고 허리를 바지 치수에 맞추자고

목표를 일단 바지 치수로 정하고 허리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라마 보면서 먹거나 저녁 늦게 먹는 것을 참자고 

한 번의 양을 줄이자고 약간 배가 부르면 무조건 먹는 것을 멈췄는데

매일 쓰는 일기에 먹다가 멈추면서 남겨진 것이나 남아진 것으로

끼니를 대신한다고 쓰게 되니 내가 사는 꼴이 정말 처량해 보였다.

그래서 내 기분을 조금은 바꿔보자고 덜어 둔 것으로 썼는데

남겨지고 남아진 것과 덜어 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

글의 위대함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했다.


바지 5장을 위해서 진짜 허리는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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