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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May 30. 2022

다시 또 갱년기가 왔나 했다.

중년의 쇠퇴 기록

일본에서 나는 외과 내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안과를 골고루 찾아다녔다.

처음엔 왜 아프지 하면서 이러다 말겠지 하고 나아지길 기다렸는데 

더 심해지면 하는 걱정에 머뭇거리면서도 찾아가 사진을 찍은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고 약도 안 줬는데 그렇게 집에 오니 아픈 것이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다른 증상이 생기고 또 고민하다가 병원을 찾아가고 

병원을 다녀오면 주사도 맞지 않았는데 아프다는 기분이 없어졌다.


한동안 온갖 종류의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돈을 뿌려서 그런지

종합 검진을 한 것과 같았는데 들은 말은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아프다고 느껴졌고 그래서 놀래 심장까지 쿵쾅거렸는데

들은 병명도 없어 그럼 이 증상이 뭐냐고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변의 주부들에게 떠들었더니 갱년기인 것 같다고 했다.


병원만 다녀오면 사라지는 이 증상들이 그렇게 생각된다면서도

40도 안된 나이에 갱년기가 오냐고 하더니 사람마다 다르다면서

여러 사람들이 의문에 질문에 갱년기라는 답을 찾아 헤맸다.


이렇게 난 엄청나게 일찍 갱년기 일지도 모르는 갱년기를 겪었다.

그러면서 하나 느낀 것은 그냥 아픈 것은 진짜 병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것에는 진짜 아픈 거냐고 며칠 기다려 보는데

그러는 동안 꾀병을 한 것처럼 아픈 것이 사라지곤 했었다.


미국에서 아이들 고등학교 행사에 부모들도 같이 참석해 즐겼는데

옆에 앉았던 한국인 엄마가 갑자기 54살 이라며 자기소개를 하더니

자신은 갱년기로 우울증에 빠져서 몇 년을 헤매다가 이제 나아졌다며

계속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살았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들어야 했었다.

왜 나에게 이런 어두운 이야기를 하는지 난 관심도 없는데 하면서도

계속되는 이야기에서 갱년기가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하는 것에서

이 사람은 지금 이렇게 밖에 나와서 떠드는 것을 기적 같다고 했었다.

이 사람의 아들과 딸은 엄청 강한 정신력을 가진 멋진 아이들 같아서

아이들과 엄마가 너무 다르구나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 당시 나도 갱년기 같은 그런 것을 하고 있었다.

이번엔 뼈가 어쩌고 하는 것도 뭔가가 생긴 것 같다는 그런 것이 아니고

정신적인 갱년기라고 해야 하는지 생각이 너무 지나쳐서 힘들었었다.

투쟁을 하듯이 살던 미국 생활이 안정적이 되어서 한가해졌는지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자존감이 떨어지려고 했었다.

이러다가 자꾸 가라앉으면 힘들어진다고 조심하는데

친구들이 갱년기네 하면서 진단을 내려주어 갱년기라면 지나가겠지 했다.

그런데 그 갱년기를 저렇게 심하게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에서

갱년기도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했었다.


그런데 60이 넘은 지금 내가 다시 갱년기를 맞고 있는지

얼마 전부터 왼쪽 무릎이 아프다가 멀쩡해지고 그다음엔 왼쪽 발목이

그다음엔 오른쪽 발목에 파스를 붙이고 그다음엔 오른쪽 무릎이 아팠다.

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고 4군데가 돌아가면서 통증이 있다가 사라지는데

파스를 사다 붙이면서 이것도 효과가 있을까 했더니 하루면 멀쩡했다.


40 전에 했던 갱년기의 병원 순례가 떠올라서 이번엔 그런 짓은 하지 말자고

이것도 갱년기 인가하면서 갱년기는 몇 번이나 하게 되는 것인지

친구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이 친구의 말이 갱년기가 아니고 살이 쪄서 그런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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