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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Aug 11. 2022

다르게 들리는 노래 가사

중년의 시대 적응

일 년에 두 번가는 미장원을 다녀왔다.

작년 11월 초에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했었는데

맘에 들었던 그 미장원은 문을 닫아서 근처를 둘러보다가

널찍하고 깨끗한 것에 끌려 예약 손님들 사이에 해 달라고 했다.


미용사들도 손님들도 다 젊은 사람들뿐이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 처지에 넓고 한적한 분위기가 안심이 되어

오랜만에 두꺼운 여성잡지를 펼쳐놓고 지금 이 시대의 미를 감상했다.


정말 멋지구나 하면서 감탄을 했는데 완전히 다른 세계인 듯이

내가 조금 전까지 머물렀던 공간은 너무 구시대라고 느껴지더니

나도 좀 더 살을 빼고 가꾸면 이런 상큼 발랄한 여자가 되지 않을까 하며

준비를 하자고 나를 부르기 전까지 엄청 착각에 빠져 즐겼었다.


머리숱이 많은 머리가 너무 무겁고 더워서 참지 못한 나는

반년 이상을 그냥 내버려 두었던 머리카락이 퍽퍽 잘려 떨어지니

가벼워지는 느낌에 이것만으로도 미장원에 온 보람은 다 했다고 

파마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하며 들리는 노래에 여유를 부렸다.


내가 앉은자리 가까이에 스피커가 있는지 내가 듣던 노래여서 그런지

노랫말이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 운전을 하면서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먼길을 아들과 같이 와서 나 혼자 돌아가야 하는 길에 도움이 되라고

내가 좋아하는 발라드 곡으로 골라서 CD로 구워 줘 엄청 많이 들었었다.

 

그때 들었던 곡을 젊은 가수가 부르는데 역시 좋은 노래였구나 하며

주변에 불빛도 차도 없이 나 혼자만 달리던 그 길에서 졸지 말자고 

크게 틀어 놓은 노래 가사는 나에게 두려움을 사라지게 해 줬다.

노래 가사의 토씨 하나까지 의미를 부여하면서 감정을 넣어 들었는데

그땐 정말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고 있구나 하는 기분으로 푸근했었다.


머리를 말면서 나는 머리를 하러 왔다는 것을 잊고 노래를 들었다.

계속 나오는 발라드 곡들은 차분하게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미장원 전체가 어수선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유지시켜 줬는데

나는 점점 잡지를 보면서 가졌던 기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노래 가사가 자꾸 기다린다고 돌아오라고 한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더 매달렸으면 네가 나를 돌아 봐 줬을까 하면서

뒤를 돌아봐 달라던지 추억을 떠올려 달라던지 하면서

언제나 그 자리에서 네가 올 때까지 지키고 있겠다고 한다.


노래 가사가 자기 생각만 하는 스토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헤어지자고 하는 말에 자꾸 찾아와 만나 달라고 하는 것 같은

점점 구속이 되는 듯한 압박이 생기더니 소름까지 돋았다.


왜 잘 듣던 노래가 이렇게 느껴지는지 나이 탓인가 

세상이 점점 험해져서 매달려 보는 일도 스토커가 되는지

아직 혼자인 내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한참을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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