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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Aug 31. 2022

어깨에서 나는 소리

중년의 힘자랑

난 여자치고 꽤나 손의 힘이 세다.

지금도 아들과 악수를 하면서 손에 힘을 주면 아들이 화를 내는데

뼈가 가늘어 보이는 딸에게는 부러질까 봐 조심해서 악수를 한다.

이 통뼈의 손은 이렇게 힘이 세다고 자랑을 하면서 더 강해졌는지

손에 힘을 쓰면서 팔에도 힘이 들어가고 그러면서 어깨가 무리했는지

이 나이가 되니 어깨에서 간혹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나는 여중 여고를 다녀 그 여자들 사이에서는 독보적이었는데

대학 때는 남자들과 팔씨름도 해서 이기고 테니스도 같이 쳤다.

내가 아닌 여자들은 여자인 것을 즐겨 내세웠지만

난 남자들 사이에서 힘으로 대등하다고 도전을 했는데

간혹 군에 다녀온 선배가 여자가 이런다고 한소리를 했었다.


미국에서 아들의 일본인 친구가 아들에게 배우는 것이 좋다며

막 시작한 프럼펫을 들고 자주 들려 집안끼리도 알고 지냈었다.

아들의 수준도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일본어가 편했는지

그 친구 아이는 숙제도 같이 하자며 점점 더 많이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그 친구와 모든 면이 다른 그 친구의 한 살 아래 동생은 

머리도 훨씬 좋고 자존심이 강해서 굽히고 지내는 형이 싫었는지

항상 아들을 경계하며 자랑거리를 찾아내어 우월감을 느끼려 했었다.


그 집도 일본에서 미국으로 온 지 얼마 안 되어 처지는 비슷했지만

미국에서 월급을 받고 사는 집이라 훨씬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동생 아이는 언제나 경쟁을 하면서 기분을 건드렸는데

그걸 가장 먼저 느꼈던 딸아이는 절대로 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어느 날에는 나무로 된 테니스 라켓을 보여주면서 자랑을 했는데

자신의 아버지는 대학 때 테니스 모임에서 연마한 굉장한 실력자라고

그때 썼던 라켓이라며 이런 나무 라켓은 귀한 것이라고 했었다.

딸아이는 그 나무 라켓이라는 것을 할아버지가 써서 안다고 하니

그 동생 아이는 그럼 칠 줄도 아냐고 묻고는 같이 치자고 했다.


나는 나의 아버지가 테니스 광이어서 나도 열심히 쳤었고

나의 아이들도 부산에서 사는 동안 레슨을 받아 기본이 잘 된 실력인데

대학 때 배웠다는 그 일본인 아버지는 내 아이들의 실력에 놀란 눈치였다.

내가 내 아이들과 치는 것을 보고는 열심히 자랑을 했던 아이는 입을 다물고

그 집 아버지는 내 아들과 상대를 하고는 어떻게 이런 공을 받아치냐고

아들의 힘센 공은 자신도 받아치기 힘들었다고 신기해했었다.


이렇게 한일전은 끝났는데 난 여기서도 힘자랑을 해 뿌듯했었다.


이런 자랑질은 그 대가를 치르는지 간혹 어깨에서 소리가 나는데

바로 옆에 있는 귀로 전달되는 소리는 통증도 없는데 아픈 것 같이 느껴진다.

왜 이런 소리가 들리는지 내가 중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하면서 생각해 보니

일본에서 살면서 가구도 혼자서 들어 올리고 옮기고 했던 적이 많았다.

그러니 웬만한 일에도 나는 거침없이 팔로 손으로 힘을 주어 썼는데

그런 것들이 이제 다 모여 어깨가 호소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힘자랑을 함부로 하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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