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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Sep 16. 2022

커피 캔 플라스틱 씰링 컵 / 알루미늄 캔 뚜껑

중년의 불편한 마음

처음엔 멋져 보였다.

캔 음료수도 아닌데 뚜껑이 캔으로 되어 있으면서

내용물은 다 보이는 투명 플라스틱이어서 신기해했었다.


그런데 멋져 보인다고 근사하다고 즐기면서 다 마시고 나니

재활용의 문제에서는 전혀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커피값을 지불하고 지불한 금액에 대한 만족은 느꼈는데

그 지불한 금액만큼 지구를 위하는 마음은 짓밟힌 것 같았다.

당장 전화를 해서 이것은 어떻게 재활용이 되는지 물었더니

매장의 직원은 구청에서도 애매하다며 그냥 버리라고 했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뚜껑은 뚜껑대로 재활용이 되는 것을

그걸 합체해 두어서 양쪽으로 모두 쓸모없게 만든 것 같았다.


그래서 고이 모셔두었다가 나가는 길에 들고나가 

매장에 가져다줬는데 양이 많으니 재활용은 꼭 하겠지 했다. 

배달비를 내고 이렇게 가져다주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것에

다시는 이런 용기에 파는 커피는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러고 정말 열심히 용기를 따져 가면서 주문을 했었는데

한참이 지나 까먹고는 샌드위치를 주문하면서 배달비가 아깝다고

같이 파는 커피도 주문을 했더니 또 이런 용기에 배달이 되었다.


놀래서 전화로 다시 재활용에 대해서 물으니

플라스틱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해 정말인지 다시 확인도 했다.


안심을 하고 마시니 생각보다 커피 맛이 좋아 기분 좋게 마셨는데

점점 녹는 얼음에 커피 맛이 흐릿해져 얼음을 덜어내려고 일어서다가

절대로 얼음을 뺄 수가 없다는 것에 용기의 뚜껑에 짜증이 났다.


그래서 얼음이 녹는 물과 커피가 섞이지 말라고 흔들지도 않고

밑에 가라앉아 있는 커피만 마시자고 하는데 점점 묽어지는 커피는

차라리 물을 마시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시는 것을 관두고

버리자고 싱크대 앞에 섰더니 그게 또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녹지 않은 얼음들이 소리를 내면서 녹을 때까지 기다리라는데

결국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이지 않는 곳에 밀어 두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없는지

이 뚜껑은 커피를 절대로 흘리지 않게 하는 최고의 수단 말고는

커피의 맛도 내가 조절을 못하고 그냥 마셔야 하는 것도 모자라

깨끗하게 닦아 낼 수도 없어 지저분한 재활용을 하도록 만드는데

내가 유별나서 그런 건지...


이젠 정말 이런 용기에 파는 커피는 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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