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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을 걱정하면서 일본에 간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방사능

by seungmom

일본에 가야 하는데 가면 먹을 것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식품이 없어서도 아니어서 더 한심한데

안전한 식품은 어떤 것인지를 내가 찾아야 하는 것이다.


후쿠시마의 주변은 쌀이나 과일 등이 생산되는 유명한 산지인데

그 유명하다는 아오모리 사과는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것 같다.


오사카에서 근무지를 바꿀 때 동경 위로 가면 먹을 것이 신선하다고

센다이로 가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던 같이 살던 사람에게

나는 뭘 알고 그랬는지 몰라도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권했다.

지금도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한 결정이라는 것을

2011년에 원전이 터지고 나서는 매일같이 운이 좋았구나 했다.


방사능이 노출이 되었다고 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 동안에도

일본은 전 국민에게 주의를 주는 일이 없어 주변 사람들만 조심했었다.

그때 의대 교수인 동생은 일본에 있는 내가 걱정이 되어서 찾아봤는지

원자력 기구에서 주의를 주는 일본의 방사능 노출에 관한 것을 알려줬는데

어떤 농도의 방사능이 어떤 바람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봐 가면서

바람이 휙 돌아서 서쪽인 히메지로 흐르는 날에는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방사능이 많다는 짙은 보라색의 공기가 내가 있는 곳으로 부는 날에는

방에서만 지냈는데 그때도 밖에는 작은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이런 것에 일본 나라는 국민에게 조용하다 못해 지나쳤는데

그쯤 야채가게에는 방사능은 씻으면 깨끗해진다며 안심하라는 문구도 있었다.

방사능에 대한 지식이 이렇게나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매년 원자폭탄 피해에 대해서 왜 폭탄을 맞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도

피해가 얼마나 비참했는지는 떠들며 평화가 중요하다면서 요점을 흐리더니

원전 사고의 방사능은 원자 폭탄의 방사능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뭐 일본이니까... 전쟁의 피해에도 전쟁을 일으킨 것에서는 엉뚱한 소리를 하니

원전 사고 정도는 웃으운 일이었는지 아직도 확실하게 알리지를 않는다.

그러니까 원전 사고에서 나온 흙을 전국으로 퍼다 나르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각 지방의 시청 공원 같은 곳은 어떠냐고 하는 말에 나는 기겁을 했다.

일본 전국을 다 같은 방사능의 농도로 맞추자는 말로 다 같이 죽어가자는데

이런 뉴스가 일본 밖에서만 돌아다니는 건지 일본에서는 조용한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은 그 흙이 전국으로 간 것은 아니니 하며...

원전 사고가 나면서부터 나는 꼭 고베나 더 서쪽의 것들만 먹으려고 애를 썼다.

고베의 쌀을 사려고 혹시나 혼합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돋보기를 들고 다녔는데

일본 친구는 고베쌀은 퍼석하다고 니이가타 쌀이 더 맛있다고 권했다.

원전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나도 니이가타 쌀을 먹었지만 이곳은 후쿠시마와 가까워

밥맛을 위해서 생명을 담보로 하기는 어렵다고 난 고베쌀을 찾아서 샀다.


엄청 머리를 써서 낸 결론은 과일은 수입품만 사다 먹는 것으로 하자고

일본은 밀가루가 거의 수입품이라고 하니 우동과 빵은 사다 먹어도 된다고

편의점이나 가격이 저렴한 식당은 가격이 낮은 후쿠시마 것이 많다고 하니

정신을 차리고 잘 구분을 하자고 다짐을 하니 일본 가는 일이 고역이 되었다.



이런데 왜들 그렇게 일본에 가는지...

나처럼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즐기려고 가는 건데

먹는 것을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면 어떤 대안이 있다는 것인지

나처럼 먹는 것을 조심한다면 여행으로 즐긴다는 의미는 확 줄어들 텐데

조금이라도 방사선에 노출이 된다면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까 하는데...


한국 친구가 한술 더 떠서 걱정을 했다.

우리는 그래도 나이도 있고 아이도 낳았으니...


난 정말 가기가 싫다.

그래도 영주권을 살려 두는 것이 좋다고 다들 조언을 하니

정말 딱 해야 하는 일만 하고 얼른 돌아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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