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번으로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3개월에 한 번씩 했던 청소보다 10배는 더 고역이었던 것 같다.
현관부터가 잘 열리지 않았다.
그니까 잘 밀폐되어 있었다는 것인데 그런 것 치고는
집안 구석 모퉁이에는 하루살이 같은 작은 벌레가 죽어 있었고
그래서인지 그런 곳에는 거미줄이 눈에도 보이게 많았다.
3개월을 비워 뒀다가 오면 거미줄은 눈에 뜨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어서 청소기로 벽 모서리를 모두 흝어야 했다.
그런 거미줄이 허옇게 여기저기서 바람을 타고 있었고
그런 곳 주변은 벌레들이 수북하니 죽어서 늘어 붙어 있었다.
그래도 바닥에 죽어서 3년이나 된 벌레 자국은 닦으면 닦아졌는데
왜 싱크대의 바닥에도 죽어 있는지...
처음엔 내가 음식을 버리고 갔었나 하는 착각을 했었다.
시커멓게 늘어 붙어 있는 것이 벌레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왠지는 모르지만 스테인리스와 벌레 시체가 무슨 화학반응을 했는지
그 자리가 부식이 되어 자국이 안 남는 수세미에 강력 세척제를 사 와
며칠을 팔이 떨어지라고 문질러 검은 것들은 많이 없어지게 했는데
스테인리스 자체가 꺼끌 하니 자국이 남아 흉하다.
이런 것도 일본의 습기가 많은 탓인가 하는 의심을 해 봤는데
그냥 죽으면 말라 버릴 것 같은데 녹아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지금부터의 글은 뭘 마시거나 먹으면서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화장실이 언제나 큰 과제이기는 했지만
3개월에 한 번은 그저 검은곰팡이가 변기를 점령하는 정도였는데
3년은 화장실의 문까지 곰팡이가 붙어서 기겁을 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화장실 같으면 세척제로 박박 문 지러서 물로 씻어 내면 되는데
일본 화장실은 완전 건식으로 물을 쓸 수가 없다.
변기 안의 물이 말라서 곰팡이가 올라오는 것 같았는데
3년이나 되니 그 곰팡이는 문과 벽의 모서리까지 모두 까맣게 만들어
일본에만 있을 것 같은 화장실용 살균도 되는 휴지로 수없이 닦아내고
그래도 남아 있는 검은색 곰팡이 흔적은 강력 곰팡이 균 잡는 것을 사다가
아예 맨 위에서 그냥 부어서 흘러내리게 했더니 검은색이 사라졌다.
이러고 다 닦아 내고는 안심을 했는데 그래도 곰팡이가 살고 있는지
안에서 화장실의 문을 닫고 있으면 곰팡이 냄새가 났다.
2주일이 지나니 냄새에 적응을 해서 그런지 지낼 만 한데
냄새 제거제를 놔두고 계속 환풍기를 틀어 놓고 환기를 시키고 있다.
3년이나 비워 둔 것 치고는 정말 다행이었던 것도 있었다.
집안 곳곳에 방충제와 습기 제거제를 지나치게 많이 넣어 두었는데
그래서인지 벌레가 그런 곳에서는 죽어 있지 않았다.
옷장이나 이불이 있는 곳에는 멀쩡해서 옷도 바로 꺼내 입었는데
책상 서랍 같은 곳도 그대로여서 그래도 많이 도움이 되었다.
집을 비워 둔다는 것은 그냥 뭔가가 멈췄다는 그런 것과는 달랐다.
그저 멈춰 있는 것 같지만 멈춘 것은 내쪽에서 생각하는 것이고
집 쪽에서는 계속 시간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만든 이 3년 동안은 집에 대한 것보단 내가 더 중요했고
살기 좋은 부산에서 지내고 있어서 그랬는지 잊고 정말 잘 지냈었는데
그 시간은 이런 다른 것들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3년의 시간은 이 집안에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도 흐릿해져서
특별한 것도 아닌 사소한 뭔가를 찾으려면 한참을 뒤져야 했다.
이 집안의 물건은 아이들과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쓰던 살림으로
절대로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아이들의 책상 서랍에는 온통 아이들의 이름이 쓰여 있는 것들로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쉬워 내가 다 써서 없애려고 했는데
3년은 녹아 끈적거리는 볼펜도 굳어진 지우개도 만들었다.
인스턴트 커피병에 남아 있던 커피는 녹아 굳어져 돌이 되었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국물이 되었던 가루들도 다 딱딱해져 있었다.
스틱커피는 기간이 휙 지나있어서 망설이다가 마셔봤는데
향은 엄청 떨어지지만 맛을 그럭저럭 마실만해 그냥 놔뒀다.
타국에서 고국의 물건은 아주 소중해 쉽게 버리지 못하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가져다 놓은 지나간 약들은 싹 다 버렸다.
냉장고에 있던 것들은 모두가 버려야 할 것들이었는데
커피 크림도 거의 한 봉지를 크림이 굳어서 손가락으로 파 내야 했다.
아까운 고추장 이런 것들은 시간이 너무 지난 탓인지
먹다 남겨둬서 그런지 상하지는 않았는데 맛이 다 변했다.
3년 전 마지막까지 입고 지냈던 겨울 바지는 그대로 밖에 두었는데
신축성이 좋던 그 바지가 늘어진 그대로 줄지 않고 퍼석거렸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양말들을 확인해 보니 발목 부분이 늘어져 있어
이런 것들을 찾아내면서 이제는 입지 않을 것 같은 것들도 추려냈다.
이렇게 엄청난 재활용에 쓰레기가 생기고 그것을 버리는데
매일 아침 6시에서 8시 사이에 페트병과 쓰레기와 플라스틱을 각각 따로
3일간 일어나 지정된 장소에 가져다 놔야 했는데 이것도 큰 일이었다.
이렇게 지내니 하루가 바쁘게 지나갔는데
열흘 정도가 되니 몇 달은 살았던 것 같이 느껴졌다.
부산에서의 3년은 시련이 없어서 그렇게 시간이 짧았었는지
일본에 와서 지난 3년을 치우는데 쓴 열흘은 너무 길어서
안일하게 살던 시간보다는 이런 시련의 시간이 더 가치가 있는 건가 한다.
아직도 구석구석 닦아야 하는 부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