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잊었던 습관들을 깨운다.
일본을 나와서 일 년 안에는 다시 들어가야 했다.
재입국 허가서라는 것을 받으면 5년간은 일본을 나와 있어도 되지만
나는 당연하게 일 년 안에는 들어가게 될 거라고 재입국허가를 받지 않고
공항에서 간단하게 도장으로 받는 1년의 허가서를 받고 나왔다.
그러니까 1년 안에는 돌아오겠다는 조건으로 일본을 나와서
코로나의 정체가 확실하지도 않으면서 감염자에 사망자가 많아지니
일본 영주권이 말소가 된다는 말에도 꼼짝을 안 하고 1년을 넘기고
영주권이 없으면 말지 하는 생각으로 뭔가 안정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일본에서 살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살아야 하는 이유도 잘 몰라서
일이 있을 때 무비자로 일본을 드나드는 것은 어떨까 했더니
관리국 사람이 여러 가지 제약이 많으니 영주권을 회복시키라고 했다.
1년 안에 일본에 가야 한다고 버둥거렸다면 가기는 했을 것 같은데
복잡한 검사에 자가 격리에 부산에서 바로 가는 비행기도 없어져
이렇게까지 해서 가야 하는 이유가 단지 영주권이라면 내가 버리자고
속 편하게 2년을 더 살고는 이제 코로나 실체가 점점 확실해지니
나도 배짱이 생겼는지 일본집이 걱정도 되어 일본 영사관에 전화를 했다.
영사관 사람이 전하는 말로는 나 같은 사람이 엄청 많다고 하면서
그래서 이번 코로나로 일본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방법으로
영주자의 정주자 비자라는 것을 심사해서 준다며 신청을 하라고 알려주고
코로나로 영사관 대신 지정한 여행사가 있으니 그곳에 접수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러주는 서류가 정말 많았는데 거기에는 들어가지 않은 이유서도
왜 들어가지 않았는지 그건 이렇게 접수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 수 있을 텐데
그걸 굳이 쓰라고 하니 이것도 한심한데 일본에서 만들어야 하는 서류도 있어
그걸 한국에서 어떻게 만드냐고 하니 같이 사는 사람에게 부탁하라고 했다.
그 사람에게 이런 서류를 부탁하려면 나는 엄청 굽히고 들어가야 한다.
그게 싫어서 벗어나려고 이렇게 복잡하게 살고 있는데 연락을 하라니
차라리 영주권을 포기하자며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다른 방법을 물으니
그 서류를 만들어 줄 사람이 아프다고 이유서에 써 보라고 했다.
덕분에 이유서도 서류도 다 작성해서 여행사에 부탁을 하니 두 달은 걸린다며
혹시나 중간에 모자란 것이 있으면 연락을 할 거라고 했다.
결국 같이 살던 사람의 외국인 등록증 복사본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보내달라고 해서 제출하는데 한 달이 지나갔다.
여행사에서 12월 말에 허가가 났다며 여권을 찾으러 오라고 하는데
그때의 기분은 조금도 기쁘지 않고 그저 복잡하게 마음만 급해졌다.
허가가 난 날부터 3달 안에는 일본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번에 포기하면 다음에는 이런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조심하라는데
그러니 꼭 들어가야 하는데 언제로 할 건지 여기서부터 심난했다.
12월은 망설이면서 신정과 구정은 한국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면 좋겠다고 2월이 되면 가자고 마음을 먹고
정말 3년 만에 비행기 표를 사는데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비행기 표를 사고 나니 심난했던 마음은 가라앉았지만
이제부터는 뭘 준비해 두고 뭘 준비해서 떠나야 하는지
그렇게 반복했던 일들이 이렇게 싹 머릿속에서 지워질 수 있다니
10년을 석 달에 한 번씩 했던 그 준비라는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딘가에 내가 기록을 해 둔 것이 있을 거라고 한참을 뒤지니
그때도 준비에 망설였는지 걱정했던 옷차림까지 써 둔 것이 있었다.
고베집에 어떤 옷들이 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서
멋들어지게 입지는 못해도 춥지 않게는 입고 지내야 한다고
겹쳐서 입는 것이 가능한 겉옷으로 입고 가자고 정했다.
1월 23일 구정이 지나고부터 집안 정리에 들어갔다.
가기 전에 한 번에 다 할 수 있는 힘은 벌써 오래전에 사라져서
하나씩 하자고 작은 오피스텔의 모든 것을 한 번은 꺼내어 봤다.
그리고 세면대 샤워실 유리문등을 닦아 두면서 청소도 했는데
혹시나 사고가 나면 내가 아닌 사람이 이곳을 방문하게 되고
그럼 내가 해 놓은 것이 나를 대신한다고 매번 최선을 다했다.
이렇게 매일을 보내면서 이제 며칠이 남았나 하며 계산을 했는데
일주일도 남지 않게 되니까 마음이 어수선해지는 것이 불안해
이 정도면 준비를 잘한 것인데 뭘 걱정하냐고 내가 나를 달래다가
4박 5일의 여행이라면 긴 것이고 2박 3일도 다들 다녀오는 날짜라고
그러니 안심을 하고 마음에 드는 준비를 하자고 최면을 걸었다.
백신 3차 접종 증명서를 챙겨야 하고 마스크를 가져가야 한다.
예약을 하면 오사카 공항에서 바로 집까지 갔던 택시 서비스가 없어졌다.
떠나는 준비의 모든 것이 다 새롭게 처음해 보는 것 같이
내일도 부산에 있을 거라면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챙겼다.
이번 떠나는 준비는 전에 했던 것과 전혀 다른 기분이 들었는데
매번 떠돌이처럼 도착하고 바로 떠나는 준비를 했던 그때와 다르게
이번은 고향처럼 여기에서 떠나고 여기로 돌아온다는 기분으로
나에게도 확실한 거점이 있다는 안정감이 생겨 신기했다.
여행 가방 세 개를 포개어서 넣어 두었었는데 3년 만에 그걸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