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지나간 흔적
2020년 5월에 미국을 떠나 한국인천 공항에 도착했었다.
그때 코로나에 대해 한국이 일본보다는 월등히 잘 대처를 한다고 했고
비행기 티켓을 부산에서 타서 부산에서 내리도록 했었는데
갈 때엔 부산에서 인천으로 가서 인천에서 LA로 갔지만
돌아올 때엔 인천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가 없다고 했다.
인천에서부터 어수선하고 낯선 검사 과정을 거치고는
부산에서도 다시 줄을 서고 작성하고 검사하는 그런 일들을 하고 나니
더는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이 복잡하고 위험한 일을 내 발로 움직여서 하는 건 바보 같다고
현관을 나서는 것부터 꺼리게 되어 정말 방콕 하면서 살았다.
백신을 꼬박꼬박 맞고도 외출을 삼가했더니 3년은 무사히 잘 보냈지만
3년이란 시간이 가져다준 일본 집의 우편물은 얼마나 될 건지
어떨 땐 모르는 척 지내고 어떨 땐 친구에서 주절거리면서 걱정을 했었다.
1년이 조금 지나고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전화로
사정이 이래서 집에 갈 수가 없는데 아마도 우편함은 꽉 차서 넘쳐 날 거라고
관리하는 아저씨께 우편함 번호를 알려서 보관을 부탁해 달라고 했더니
우편함 번호는 알려 줄 수 없으니 직접 가서 열어 주겠다고 했다.
3년이 지나 와 보니 우편함의 우편물은 밀려 삐져나와 있었고
현관에 붙어 있는 통에도 넘쳐서 현관 바닥에 떨어져 벌레와 지내고 있었다.
집안을 어느 정도 치우고 나서 얼른 아파트 입구에 있는 우편함을 비웠는데
소포 보관하는 곳에도 하나는 거의 2년을 하나는 거의 1년을 차지하고 있었다.
3개월에 한 번씩은 들려서 이런 우편물을 치웠는데
혼자서 외롭지 말자고 시작한 주식이 액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종류는 15가지나 되어서 그 회사에서 보내는 안내서들이 6월과 11월에는
주주총회 참석과 배당금 통보로 우편물이 우편함에 그득하게 왔었다.
일본에 오면 할 일이라는 것이 사라지는데 그때 이 우편물이 있어
배당금의 소식도 들어가며 주식회사에서 주는 상품도 열어보면서
이런 것들을 버리는 작업에 시간도 때우면서 일본 생활에 적응을 했었다.
그런 우편물이 3년이니까 6번이나 되니 엄청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눈으로 보니까... 그것도 먼지에 습기에 벌레에 접히고 색이 변해버려
거의 쓰레기나 다름이 없었는데 그냥 싹 쓸어서 버릴 수는 없었다.
여긴 일본이고 나는 한국인이고 몇 년 전부터 우편물 도둑이 심하다고 들어서
주소나 이름이 적힌 것을 그대로 버리지 말라고 미국에서도 조심을 했는데
일본은 한국인에게 우호적이지 않으니 내가 더 조심을 해야 한다고 철저하게
내 이름이나 주소가 있는 부분은 모두 잘라내어 알 수 없도록 찢어 버렸었다.
이 작업이 꽤나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손도 아픈 일이었는데
미국에서 보다는 일본에서는 더 열심히 완벽하게 찢어 버리고 그것들 위에
시간이 지나 쓰지 못하는 화장수 같은 것을 부어서 인쇄가 날아가게 했었다.
우편함에 있는 우편물을 들고 와 현관을 열어 두고 현관에 넣어 둔 것도 치우려니
(이 아파트는 세대수가 적어서 3일만 관리실 아저씨가 와서 청소를 해 주신다.)
계단을 청소하던 관리실 아저씨가 왔냐며 부탁했던 1년 치 우편물을 가져다줬다.
종이 상자에 정말 그대로 쓸어 담아 두었던 것 같이 광고지까지 모두 들어 있었는데
2년이나 보관해 주셔서 고맙다고 공항에서 산 한국 김 세트를 선물로 드리려니
이런 것 받으면 안 된다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걱정을 하면서 받아 가셨다.
내친김에 해야 한다고 현관 우편물 통에 들어 있는 것을 비우는데
매달의 가스와 전기미터의 사용한 요금 납부서 3년 치가 누렇게 변해 있었고
그 속에 중요한 우편물만 모아서 넣어 둔 것이 있어서 얼마나 반가고 고마운지
관리실 아저씨가 우편함이 꽉 차서 이렇게 해 주셨다고 다시 인사를 전했더니
관리실 아저씨는 엄청 놀래서 자신은 개인 우편함의 비밀번호는 모른다고 하며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몇 번을 강조하더니 우편배달부가 아닐까 했다.
언젠가 우편 배달하는 사람이 언제 이 집 사람이 오냐며 우편함에 더는 안 들어간다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이렇게 집 현관에 넣었나 보다고 했다.
너무 센스 있는 우편 배달하는 사람이라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니
관리실 아저씨가 만나게 되면 꼭 전해 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첫 1년은 관리실 아저씨가 보관한 상자에 들어 있었고
2년째는 관리실 옆 우편함에 있었고 3년째는 현관 우편함에 들어 있었는데
2022년 6월의 우편물이 마지막으로 11월의 우편물은 없었다.
아마도 이 현관 우편함에도 더 밀어 넣을 수가 없었나 한다.
첫 1년의 우편물 속에는 코로나로 우왕좌왕했던 일본이 보였는데
코로나에 주의하라는 것부터 시청에서 보낸 지원금 신청하라는 것까지
그 유명한 아베의 마스크까지 있어 내가 이걸 직접 보다니 하면서 웃었다.
이걸 모두 같은 종류로 구분하고 주소와 이름이 있는 부분을 찢어 버리는데
틈틈이 하다 보니 거의 한 달이 지나서 종이만 모으는 날에 내다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