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수면제가 필요했다는데...

나이가 찾아 준 답

by seungmom

날씨 탓인지 기분이 차분해 지고는 답을 찾지 못한 의문이 떠올랐다.


엄마는 아버지에 대한 모든 것에 언제나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었고

그래서 두 분의 관계는 자식과의 관계보다 언제나 우선순위에 있어 보였다.


이건 내가 기억하는 것들로 확실하게 그렇게 느끼기 딱 좋은 일들이 많았는데

아버지는 자식들의 생일은 안 챙겨도 엄마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은 기억하셨다.

엄마는 나에게 넌 어쩜 그런 남자와 사니 하시더니 내 남편은 하면서

조목조목 잘 챙기고 멋지며 자상하다는 것을 나에게 자랑하셨다.

내가 같이 살던 사람이 답답하게 자신만 챙겨서 같이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엄마는 하나뿐인 딸의 하소연을 듣고는 아버지 자랑만 한참을 하셨었다.


그 엄마의 남편이 내 아버지인 것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그때의 엄마는 어떤 생각이 우선이어서 그런 대답을 하신 건지

이 나이가 된 나는 아직도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뭔가를 찾지 못해

그저 엄마가 아버지를 너무 좋아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랬던 엄마는 공부도 잘하고 많이 닮아서 가장 좋아한다는 장남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 약 2년간 한국을 떠나 있겠다는 통보를 받고

안 그래도 초저녁이면 잠이 와서 참지 못하고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는

평소에도 잠이 적은 엄마는 잠이 너무 안 와서 수면제를 먹었다고 했다.


모든 발단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떠나는 전전날에 엄마는 자기 전에 한 알 먹고 잠깐 깨어서 또 한 알을 먹고는

이른 아침에 다시 깨어서 아침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어났다는데

약 기운이 그득한 정신으로 바지를 갈아입다가 넘어져 뼈가 부러지게 되었다.


엄마의 긴 수술이 끝나고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다리에 우울해하면서

떠난 장남을 받아들이는 일에 힘이 드셨는지 정신이 흐릿해지셨는데

그런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아버지는 일을 관두셨다.


그전까지의 두 분은 정말 건강하셨고 열심히 살아온 만큼 즐기면서 사셨는데

그런 두 분이 갑자기 닥친 현실에는 대처가 어렵고 인정조차 하지 못해서 그런지

달라져야 하는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예전을 그리워하셨다.


타국에서 살던 나는 진행된 사정을 잘 모르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곁에 계신데 왜 장남이 2년간 떠나 있겠다는 것에 그렇게 흔들렸는지

매번 아버지가 자신의 전부라고 했던 말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에서

아버지는 아버지고 장남은 또 다른 엄마의 기둥이었나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좋아한다는 장남인 자식은 남편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는 것인가 하면서

엄마는 아버지 몰래 장남에게 퍼 나르는 것을 많이 했는데 그런 것인지

나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데 그게 뭘까 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엄마가 장남을 조금만 의지했다면 수면제도 필요 없었을 테고 수술도 안 했을 거라고

왜 수면제가 필요했냐고 하니 장남이 떠난다는 말을 떠나기 2주 전에 했다고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잠이 안 오니 수면제를 먹었다고 했다.

선잠에서 또 수면제를 먹은 것은 그저 더 자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었다고

그리고 새벽에 깨어서는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엄마의 경우 아버지를 대신해서 장남을 의지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버지도 장남도 곁에 있어야 했는데 장남이 떠난다고 하니 머리가 멍해진 것으로

당연하게 돌아오는 장남이니까 하면서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는 시간만 있었다면

엄마도 납득을 하면서 수면제까지는 찾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남을 너무 좋아했던 엄마의 마음을 바로 잡지 못한 장남도 문제인데

본인은 사랑이든 돈이든 준다니 받은 것으로 아무런 느낌이 없는 듯해 보였다.

그런데 정작 피해는 아버지가 받아야 했고 나도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아직은 느끼지 않아도 되는 노년의 삶을 미리 강제로 체험하게 되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 만사에 느슨해진다.

그게 나의 의지가 있어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그런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니고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일은 생기고 그 일에 내가 끼어 있는데도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저것 이 사람 저 사람이 내 머리에 들어와 있지도 않으면서

그러면서도 난 하나의 방향만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 방향만 고집하다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게 되는데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도 한참이나 후에 겨우 내 머릿속에 와 있으니

그땐 다 지난 일인데 하는 식으로 나도 편하게 없던 일로 해 버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엄마도 하나에만 매달렸던 것 같았다.

그저 좋았던 아들을 이제부터는 볼 수 없다는 것에

아버지의 존재도 느끼지 못하고 2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것도

엄마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았다.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에 수면제가 떠오르고

새벽녘에 한 알을 또 먹은 것도 먹으면 잔다는 생각이었고

아침 준비는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하려고 했는지

이런 모든 것이 하나의 방향만을 지키려고 해서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엄마가 수면제를 찾았구나 하고 답을 찾았는데

맞는 답인지도 모르는 이 답도 내 나이가 찾아 준 것이다.


타협을 하든 인정을 하든 마음에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젊어서는 내가 나를 보고 있던 시간이 없어서 얼마나 걸렸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나이가 들어보니 많은 시간과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 정신력이 단단하지 않으면 주변이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리고

그럼 방향만 남아서 다른 선택도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마음의 준비라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는데

미리미리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엄마에게 시간을 주었다면 하는

다 지나간 일에 어리석게 미련을 떨면서 생각에 생각을 더한다.


나이 들어 봐야 알 거라는 말 뜻이 이런 것인가...

그렇다면 더 나이가 들면 또 다른 답을 알게 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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