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하는 대화가 너무 어렵다.

중년의 한계

by seungmom

더워서 창문을 열고 잤더니 비염인 코가 더 막혀 숨쉬기가 힘들었는지 놀래서 깨고

미국에서 아이가 청소기를 돌려야 하는데 힘이 나게 도와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

막힌 코를 위해서도 딸아이에게 답도 하자고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더 자야 하는데 일어나서 그런지 멍한 정신으로 청소는 마쳤니 하며 시작해서

딸아이가 보내준 조금 색다르면서 어색한 맛의 과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자주 이야기하니까 밑천이 금방 떨어져 뉴스로 많이 들었던 것을 떠들면서

물가가 계속 올라간다고 하는데 그것이 전쟁 탓도 크다고 하더라며

이렇게 사회가 힘들어지면 민심도 험해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몽롱한 정신으로 매번 하듯이 걱정스러운 일을 떠들면서 조심하라고 했더니

전 세계적인 걱정이라면서 딸아이는 걱정거리만 안긴다고 짜증을 냈다.

이런 전 세계적인 이야기 말고 딸아이에 대한 것도 듣고 싶은 것이 있지만

그런 것을 용기 내어 물어봤다가 엄청난 말로 돌아와서 나는 입을 다물고

다시는 아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했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빼고 하려니 이런 이야기밖에 없었는데

이젠 이런 이야기도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에는 좋은 일보단 안 좋은 일에 대비를 잘해야 한다는 식인데

들어서 좋고 재미있는 일만 그런 일만 떠들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좋은 일이라면 그저 소포를 보냈다는 정도가 되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이 잘했다는 것에는 폭풍 칭찬을 해 주는 것인데

그런 것 말고는 무슨 영화가 좋더라든지 어떤 노래 들어봤냐는 것이다.


딸은 물가가 떨어진다고 하는 좋은 뉴스는 들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매번 듣는 물가가 올라서 힘들어진다는 뉴스를 굳이 해야 하냐고 한다.

그러면서 어두운 뉴스는 삼가해 달라며 그런다고 달라진 것도 없다면서

내가 걱정을 시키려고 의도해서 하는 말처럼 들린다고 하더니

사람 걱정에 파고 들어서 흔드는 것이 보이스피싱의 수법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뉴스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신빈성이 있는지 따져가면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뉴스만을 읽으라며 훈계하듯이 메시지를 보냈다.


이 아이의 성격이 또 나오는구나 하면서 더는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이제 잠이 오니 더 자야겠다며 이야기를 급하게 마쳤다.

다음날은 저번 연구실에서 나오길 잘했다는 이유에 대해서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러고 보면 딸은 거의 다 딸아이 자신이 잘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가 한국에서 꾹 2년간 살아보니 한국을 떠나기 전의 내가 조금씩 떠올랐는데

나는 밝은 성격으로 세상의 걱정 따위는 나와 상관없다며 즐겁게 살았던 것 같았다.

그런 내가 일본에서 오래 살아 어두운 면만 보게 되었는지 걱정하는 일에 매달려

세상 근심이 모두 머릿속에서 요동을 치니 그게 모두 자식 걱정으로 돌아간다.


이 지구에서 아이들은 죽는 그날까지 숨을 제대로 쉬게 될 건지

빙하기가 온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죽게 될 건지 하는 그런 걱정까지 하는데

이런 거창한 걱정에 당장 현실에 있는 걱정은 걱정도 아니어서

친구들이 하는 아이들 결혼에 대한 걱정은 왠지 언젠가는 하겠지 하며 넘긴다.


나와 너무 다른 것 같은 딸아이의 살아가는 사고방식에 대해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은 아이들이니 아이들 생각이 맞겠지 하며

그 생각으로 살면서 스스로 느끼면서 터득해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입을 닫았다.


아마도 이게 세대차 인가 싶기도 하다가 각 개인의 성향 차이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해서 가능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열심히 믿으며 살려고 하니

청소를 해야 하는데 하면서 보내는 메시지에는 무심하게 답만 하기도 그래서

엄마라는 입장에서 딸에게 했던 말인데 아이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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