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문제에 대해서
뉴욕에 있는 아들은 거의 한 달 만에 3곳의 한인마트를 다녀왔다.
아들은 LA에서 오래 살아서 미국 생활이 어떤지 잘 알고 있는데
부산에서 지낸 3년 반의 생활에서 완전하게 달라진 한식의 입맛으로
한 달간 한국식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갈망이었는지 마트를 찾아다녔다.
맨해튼의 소호 근처에 있는 뉴욕대에서 하램의 아파트로 가는 노선을 이용해
식품을 사서 많이 걷지 않아도 되는 방법으로 지하철의 종류도 알게 되었다고
그렇게 다닌 H마트의 덮밥의 종류가 어떤 것이 있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일주일의 식비에서 충당하려면 마트는 한 번만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학원 공부를 하러 간 게 맞는지 매번 이야기는 먹는 것이 중심이 되었다.
그러면서 뉴욕에 처음 가서 내가 본 그 이상하게 절대로 친근감이 들지 않을
그런 지하철이 엄청 아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학이 하나의 캠퍼스로 되어 있지 않아서 건물에 따라 가까운 지하철 역이 달라
그것을 잘 이용하면 3곳의 마트를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아들은 맨해튼에 있는 H마트 3곳을 모두 다녀와 매장의 크기등을 비교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할 때의 아들 표정이 편해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아들은 한국음식이 그리워서 공부를 포기하는 일은 없겠지 한다.
난 3년 반 만에 UCLA 바로 옆에 얻어 놓은 아파트에 와 있다.
학교의 연구실에서 아파트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5분 정도인데
덕분에 두 아이가 같이 지냈던 10년 동안에는 치안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아들이 운전을 하고 길이 막히지 않으면 30분 안에 갈 수 있는 K타운이 있어
먹는 걱정도 하지 않았는데 LA의 K타운은 미국에서도 유명하니 최고로
정말 한국인이 찾는 것은 모두 있고 맛도 전부 믿을 수 있어서 좋았었다.
그런 LA에 지금 와 있는데 아들이 부산에서 사는 동안 차는 차고에서 지내
3년 반 세월의 먼지가 쌓이고 타이어에는 바람이 빠져 있는 듯이 보였고
배터리는 나간 지 오래전이고 자동차 등록도 잊어 운전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도 운전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든 움직이게 했겠지만
딸은 당연히 운전은 하지 않겠다고 할 거고 나도 오랜만이어서 불안하다고
마음 편하게 택시를 타자고 했는데 그래서 딱 두 번 K타운을 다녀왔다.
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서 택시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한식을 푸짐하게 먹고
마트에서 김치랑 해 놓고 갈 재료들을 듬뿍 사고는 저녁으로 회덮밥을 사고
반가운 술떡도 사고 처음이라는 진미채 김밥을 딸에게 맛을 보인다고 샀다.
그리고는 점심도 푸짐했는데 저녁으로 회덮밥에 김밥에 술떡을 먹고는
둘 다 속이 거북해서 매실액을 타서 마시면서 식식거렸다.
아들이 자주 갈 수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차를 놔두고 뭐 하는 거냐고 한다.
부산을 떠날 때만 해도 아들이 더 가엽다는 생각을 했었다.
딸아이가 사는 곳에서는 한국 음식을 아쉬움 없이 먹고살았는데
뉴욕에서 살게 되는 아들은 어떨지 치안도 좋지 않다고 해서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한 달을 지내보니 그 냄새나고 더러운 지하철이라도 지하철이 있는 곳보다
K타운까지 한 시간 반 이상이 걸리는 버스를 타려면 많이 걸어야 하는 LA가
한국식으로 먹고살기는 더 힘들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미국에서는 미국식으로 먹고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상인데
나와 내 아이들의 입맛은 구제불능으로 한식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