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19일간 지낸 호텔들

내가 원하는 호텔은

by seungmom



















첫 호텔은 뉴욕에서 지낼 방을 구할 거라고 다니기 좋은 장소로 정했다.

사진으로는 가격대비 괜찮았지만 거리로 나오면 나에게 전투자세가 필요했는데

호텔의 로비는 작아도 그런대로 특징이 있고 호텔방은 생각보다 넓어서 편했다.

bathroom은 얼마나 넓은지 그 덕분에 세면대를 잡고 기침을 해야지 하면서

2일간 열을 낸 휘청거리는 몸으로 아들이 깰까 봐 조용히 일어나 기침을 참으면서

엄청 무겁고 큰 bathroom의 문을 밀어 세면대로 가다가 기침이 먼저 나와 버렸다.


허리를 다치지 않았다면 이 넓은 공간을 기분 좋게 즐겼을지도 모르겠는데

뉴욕에서 지냈던 첫 호텔은 아들과 내가 번갈아 열을 냈던 고달픈 장소가 되었다.

아들의 먹을 것을 구한다고 주변을 돌아다녀 보니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식당도 카페도 많았고 근처에 브루클린으로 가는 다리가 보여서 이렇게 가깝나 했다.

밤에 공항에서 호텔로 오면서 건넜던 다리인 것 같은데 온통 낡아서 소리가 대단했지만

대낮에 보니 오래전에 만든 다리여서 그런지 우아해 보여 사진도 찍어 뒀다.










두 번째 호텔은 오랜만에 딸과 아들이 함께하니 잘 놀자고 관광지 한가운데로 정하고

다 같이 하는 여행이니까 며칠은 아들의 일도 잊고 관광객처럼 지내자고 거금을 냈다.

내 허리가 아이들의 기분을 망칠 것 같아 파스와 진통제로 가능한 같이 움직이면서

처음으로 온 뉴욕의 명소를 살살 걸어서 다녀왔는데 관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런 소란스러운 거리를 보는 것이 관광이라면 정말 안 해도 된다는 확신만 얻었다.


아이들이 전에 와 본 경험을 나에게도 보여주려고 애를 썼는데 나는 그저 시큰둥했다.

역시 나는 관광에는 흥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데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허리를 쉬게 하려고 아이들만 나가게 해서 딸아이가 와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고마웠다.

거금을 들여 이 호텔을 정한 이유 중에는 아들이 뉴욕에 좋은 기억이 있기를 바라서 인데

활발한 딸아이가 아들을 데리고 나가 LA에서 살던 때처럼 둘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딸아이가 여기까지 왔으면 뮤지컬 하나는 보고 가야 한다고 아들과 같이 표를 구매했는데

21일부터는 아들의 학교가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고 뮤지컬은 22일에 예약이 가능해서

학교로 가는 지하철이 가까운 곳이면서 뮤지컬을 보고 나오는 밤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세 번째의 호텔을 예약하는데 세 명이 다 보고는 마음에 듣다고 했었다.



















세 번째의 호텔은 정말 아기자기하니 귀엽게 사진 찍기에는 좋았는데 엄청 좁았다.

호텔의 입구도 엘리베이터도 복도도 초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방도 bathroom도 딱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으로 만들어 두어서 정말 갑갑했다.

싹 수리가 되어 있고 탁 트인 앞 유리에 허드슨 강과 뉴저지가 보이니 딸은 좋아했는데

뮤지컬을 보고 나와서 걸어 호텔로 오니 목적과는 딱 맞는 호텔이었다.











아침 일찍 아들이 처음 학교에 가기 위해서 나갈 때엔 나도 지하철 역까지 걸었는데

잘 다녀오라고 아들이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고 호텔로 돌아오면서는 기분이 이상했다.

뉴욕에 온 것은 아들의 학교 때문이었는데 아직도 호텔 생활을 하면서 손을 흔들어서

허리가 조금이라도 나으면 얼른 아들의 방을 정돈해 주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네 번째의 호텔은 뮤지컬을 본 다음날 옮겼는데 나도 한국음식이 먹고 싶었고

월급이 빠듯한 아들에게도 한국 음식을 헤어지는 날까지 먹이자는 생각으로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국 식당들이 모여 있는 가까운 곳으로 호텔을 정했다.


그게 아들과 앉아 세 번째의 호텔은 너무하다고 조금은 나은 곳으로 정하자고 찾았는데

로비가 넉넉해 보여서 이 정도면 어떨까 하고 헤어지는 마지막 날짜까지의 예약을 했다.

그랬던 호텔은 생각보다 로비가 어둠침침한 것이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참을 기다려서 들어간 방은 엔틱이 콘셉트인지 예전 그대로 정말 어수선한 방이었다.

나 대신 동생과 다니면서 나의 먹을 것까지 사 왔던 딸이 몸살이 났는지 약간 열이 있는데

방이 맘에 안 든다고 세 번째의 호텔이 차라리 나았다고 하면서 춥다고 침대에 누웠다.





















정말 공간은 넓은데 뭘 어떻게 하고 싶은 호텔인지 갈필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 호텔은 사진을 보면서 한인 식당만 생각하고 예약을 했더니 너무 싸서 이상했는데

딱 가격만큼의 방인 것 같다고 당장 옮기자고 가까이에 있는 호텔을 찾기로 했다.

가격이 방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 같았는데 헤어지는 날까지 좋은 기억만 남으라고

두 번째 호텔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거의 비슷한 그런 호텔을 찾아 예약을 했다.

이 네 번째의 호텔은 하루치만 지불하고 취소를 하느라 시간이 걸렸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딸이 그냥 있지 옮기냐고 해서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했다.



















우리는 3시에 들어와 5시에 가방을 들고 나와 로비에서 취소를 했는데

다섯 번째 예약한 호텔은 정말 가까이에 있었고 로비도 밝았으며 방도 널찍해서

딸아이가 아까와는 달리 방이 마음에 든다고 옮기길 잘했다며 좋아했다.

가방을 방에 두고 당장 나가서 곱창구이집에 갔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끗한 식당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며 내일은 뭘 먹을까 하면서 뉴욕인 것을 잊었다.


한식당이 조금만 걸으면 되니까 점심도 저녁도 한국음식을 먹었는데

유명한 빵집도 있고 한인 마트도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그런 마트가 있어서

햇반과 반찬과 스틱 커피와 과자등 정말 지나치게 많이 사서 아들 방에 넣어 두었는데

아들이 학교나 뉴욕의 생활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장을 안 봐도 되도록 했다.












마지막날 아침에는 로비에 가방을 부탁하고 아침 일찍 여는 순두부집에서 먹고

한국의 유명한 빵집 빵도 사서 그동안 호텔에서 지내며 썼던 아들의 짐과 같이

편하게 가라고 택시를 불렀는데 작별인사는 택시가 빨리 와서 폼나게 하지 못했다.

그 사이 딸은 여행 가방을 챙기느라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부르느라 바빠서

동생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는데 택시가 와서 우리도 떠났다.


이렇게 19일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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