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다친 허리가 나아간다.

진통제와 제산제로

by seungmom

정말 한심하게 허리를 다쳤다.

한 발자국만 더 가면 튼튼한 세면대가 있어 그걸 잡고 기침을 하자고

이틀간 열이 있어서 그저 누워만 있었던 흐느적거리는 몸으로

배와 허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세면대를 잡으려는 순간에

누워있을 때부터 나오려고 했던 참고 참았던 기침이 터져 나왔다.


오래전에 신호대기 하고 있던 내 차를 뒤에서 박아 내가 꿀렁했는데

그때와 같은 기분으로 이번에도 온몸에 충격을 받은 느낌이었다.

허리는 강제로 접히는 그런 감각이 정말 다친 것을 바로 알았는데

계속 나오는 기침에 허리를 한 손으로 잡고 세면대에 기대어야만 했다.


오랜만에 오르는 열은 식욕도 없애고 의욕도 사라지게 만들어서

먹지도 않고 물만 마시면서 빈속에 해열제를 먹으며 잠만 잤는데

이렇게 이틀이 지나 허리를 다치니까 진통제를 먹어야 했다.

뱃속이 어떻게 견디는지 걱정은 되었지만 먹고 싶은 것이 없어서

계속해서 거의 빈속에 약을 먹고 통증이 사라져야 잠을 청했다.


열내면서도 빈속이었고 허리를 다치면서도 빈속으로 약을 먹어서

정신을 차리고 위장을 보호한다는 그런 약이 있으면 사다 달라고 했는데

그 약이란 것이 쵸코렛 맛에 씹어 먹는 것이어서 처음엔 씹는 자체도 싫어서

아들에게 그냥 알약이나 물약으로 사 오지 그랬냐고 짜증도 냈다.


그랬던 씹어 먹는 약이 배가 고프거나 약을 먹어야 할 때 과자 먹듯이 씹어져

아들에게 잘 골라 온 거 같다고 하니 아들의 표정이 이제 와서... 하는 것 같았다.

아들이 근육통에 특히 좋다는 것을 사다 줬는데 정말 그런지 효과가 있어

약을 먹고 호텔도 옮기고 딸이 와서는 살만할 때 먹으러 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움직이면서 지내서 그랬는지 나아지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지만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똑바로 서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조금씩 줄었다.

자면서 자세를 바꾸는 것도 힘들었지만 일어나는 것은 지옥을 맛본다고 해야 하나

허리에 힘을 줄 수가 없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연체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손으로 침대를 잡고 옆으로 누워서 같은 쪽의 다리를 먼저 침대 밖으로 보내고

다른 쪽의 손으로 지지대를 만들어 나머지 다리를 침대밖으로 보내야 했다.


내가 이 순서를 까먹고 움직이면 악 악 하는 소리가 그냥 입에서 튀어나왔는데

순서를 잘 지켜서 두 다리가 바닥에 닿으면 침대에 상체를 뉘어 숨을 고르고

한쪽 손으로 허벅지를 잡고 이대로 일어날 수 있는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면

다른 한쪽도 허벅지를 잡고 살살 상체를 들어 올리는데 정말 천천히 신중하게 했다.


LA의 아파트에 와서는 계속 딸아이가 가져다주는 물과 음식을 먹었는데

건조한 곳이니까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며 뭐든 먹자고 끼니를 잘 챙겨 주었다.

정말 먹고 자고 먹고 잤는데 이렇게 4일이 지나면서 내 허리가 진통제를 찾지 않아

하루에 4알 정도는 먹었던 진통제가 뉴욕을 떠날 때엔 하루에 2알 정도로 줄더니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지 참을 만해 진통제를 안 먹고 지내는 날도 생겼다.


어느 날 신기하게 돌아 눕는데 침대를 잡지 않아도 허리가 들려서

나는 아직 건강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살 살 움직였더니 딸이 화를 냈다.


내 허리가 큰일을 치른 것이다.

나이 들어 다치면 오래간다고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난다는 것에서 운이 좋다.

그동안 혹시나 디스크인가 해서 근육에 대해 열심히 찾아보며 공부를 억지로 했더니

내 허리 근육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알 것도 같지만 의사가 아니니 말을 할 수는 없고

진통제 먹는 게 줄어들면서 약간의 스트레칭과 운동을 조금씩 한 것이 좋았던 것 같았다.


이젠 죽는 그날까지 기침을 매우 조심하면서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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