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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Sep 18. 2023

다 큰 아들과 같이 지내며 얻은 습관

아들 찬스를 너무 남용했다.

너무 과잉으로 머리를 안 쓰고 아들 찬스만 쓴 것 같다.

딸 집에 앉아 아들을 보면서 합병인지 된 미국 은행의 웹을 다운로드하는데

영어여서 힘들다며 영상으로 한 장면 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읽어 달라고 하고

어느 것을 누를까 하면서 이걸 누르면 되는 거냐고 확인을 하면서 마쳤다.


아들의 성격이 그런 건지 4년의 시간이 더부살이어서 미안해서 그랬는지

내가 부탁만 하면 거절하는 일없이 무조건 읽어주고 찾아 줬었다.

심지어 한국살이 2년이 지나면서는 아들의 한국말 실력이 엄청 좋아졌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아들에게 한국말로 된 것도 무슨 말이냐고 부탁했다.


영어로 된 것은 당연히 부탁을 해야 하는 것이었고

일본어로 보내야 하는 답장은 아들이 좀 더 정중하게 쓸 수 있어서 도움을 받고

컴퓨터나 휴대폰에 뭔가 설치를 하게 되면 한국어라도 난 이해가 안 되어서

아들에게 해 달라고 그냥 맡겨놓고 나는 다른 일을 하곤 했었다.


4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길다면 긴 시간 동안에 난 아들에게 그저 부탁만 하고 있었지

아들이 떠난 후의 시간에 대한 대비는 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해 주려고 하는 아들에게

난 들을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그냥 네가 다 해 주면 안 되냐고 했는데

불편함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모르고 배워 둔 것이 하나도 없다.


휴대폰에 카드를 넣어 쓰는 것도 배울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어쩌자고 배우지도 않고 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지 지금 난 망막하다.

일본에 입국하면서 아들이 뭔가를 하고 그걸 열어서 보여 주라고 할 때

시키는 대로 했는데 그게 뭐였는지 내 휴대폰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내 머릿속은 거의 비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들과 같이 사는 동안에 내가 아들을 너무 믿고 살았다고 해야 하는지

아들이 배우라고 할 때 나중에 하면서 미뤘던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내가 그 긴 시간 동안 아들 찬스만 이용한 것에 후회하게 만든다.


내가 그때그때 아들에게 배우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는데

난 전체적인 이해는 잘하는 편이지만 암기 능력이 월등히 떨어져

설명을 듣는다고 컴퓨터에 대한 용어가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어서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붙여놔야 하는데

그러자니 시간이 너무 걸리고 그걸 아들에게 보이기도 싫어 나중에 했었다.


이렇게 살았던 4년간 아들은 내가 어떤지 알았다며 나를 알려줬는데

글자나 숫자를 읽을 때도 내 마음에 따라 달라지게 읽는다는 것을

특히 숫자는 마음대로 자리를 바꾸니 이건 위험하다고 주의를 줬다.


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했더니 아들은 전부터 그랬다고 했다.

반대로 하는 천재적인 기질이 있는지 오른쪽 왼쪽을 반대로 말하고

길은 무조건 올라가고 내려가는 식으로 말했다면서 엄마만 아는 말이라며

이제는 엄마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자기가 잘 알아서 듣고 있다고 했다.


내 전화에 확인 번호가 뜨면 아들이 직접 보여달라고 했다.

내가 숫자를 읽으면서 자리를 바꾸는 것에 신용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내가 번호를 기입할 때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있어

정말 숫자의 자리를 바꾼다는 것에 나도 나를 조심하기로 했다.


아들은 이런 내가 특이하다고 했는데 난 이 말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내가 이러고도 무탈하게 이 나이까지 잘 살아온 것이 신기했는데

나에게 특이한 구석이 많다는 것을 아들은 탐구하듯이 분석을 하더니

아들은 나에게 고치려고 노력을 하라고 잔소리를 많이 했다.


이제 아들의 찬스는 버리려고 한다.

아들에게 큰소리는 쳤지만 이대로 이렇게 살면 끝은 뻔해질 것 같아서

혼자서 어떻게든 해 보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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