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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Nov 03. 2023

큰 병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저주파 마사지기

이번엔 다리가 말썽을 피웠다.

설거지를 하면서 오른쪽 다리에 너무 체중이 실리는 것 같아

왼쪽 다리로 무게를 옮기자고 힘을 주었더니 무서운 통증이 왔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의 처음해 보는 통증이었는데

놀래서 얼른 앉아 파스를 붙이고 저주파 마사지를 하면서 생각했다.

한 번의 큰 통증 말고는 통증도 거의 없는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지

이번에도 근육 탓인지... 어떤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통증이 온 토요일 저녁에 내일이 일요일이니 병원은 갈 수 없다고

우선은 이 상황이 비상사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찾아봤는데

다리에 열도 없고 붓지도 않아 월요일까지는 기다려 보기로 했다.

 

통증이 온 다리를 쓰려고 힘을 주면 아프고 힘도 들어가지 않아

멀쩡한 한쪽 다리와 두 팔을 이용해서 움직여야 했는데

공간이 좁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급하면 소파로 몸을 던지면 되어

아들 때문에 사놓은 소파가 아들을 대신해서 도움을 주었다.

물 한잔을 가져오려니 두 팔이 다 필요한 이 상황에서는 안되어

한걸음 옮기고 물컵을 옮겨두고 한걸음 옮기고 물컵을 옮겼다.

그러니 이 좁은 집이 얼마나 고마운지 소파에 앉아 이를 닦으면서

이대로 지팡이를 짚고 살게 되는 것인가 하는 걱정도 했다.


아침이 되어 어제 난리를 쳤던 다리가 쓸 만해 진 것에 얼마나 놀랬는지

어제 겁이 나 여기저기에 연락을 할 뻔했는데 그랬다면 어쩔뻔했는지

아직은 쩔뚝거리는 수준으로 한 팔이 뭔가를 잡고 있어야 했지만

하루 밤 지나서 이렇게 커다란 변화가 왔다는 것이 거짓말 같았다.


이 빠른 회복은 바로 파스를 더덕더덕 붙이고 저주파 마사지 한 덕분인가 

4일 만에 멀쩡하게 걸어서 아들에게 겨울 바지를 보내려 우체국에 다녀왔다.

그냥 천천히 다리에 너무 힘을 주지 않고 걸으려 노력을 하면서 다녀왔는데 

등짝이 뻐근해서 다리 때문에 잠시 잊었던 허리 다친 것이 생각났다.


이 저주파 마사지기는 동생이 테니스로 다친 근육을 치료하려고 갔더니

이 기계를 계속해서 붙여 놓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병원에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도록 사서 쓰는데 좋다고 추천을 했다.

의사인 동생이 하는 말이니 믿을 수 있다고 나도 하나 장만을 했는데

오래전 미국에서 산 것이 조금은 한심한 모양이지만 잘 쓰고 있다.


몸이 나에게 노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난 제법 근육이 있다고 믿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빡빡 우겼는데 

근육이 아니라는 것을 이렇게 하나둘씩 가르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연속으로 다치고 나니 생각도 관심도 달라졌다.

전에는 주변의 사람들을 자세히 볼 겨를도 없이 빠르게 걸었는데

이젠 나처럼 어색한 걸음걸이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전에는 그저 힘든 일을 많이 하셨나 했는데 아니란 것을 알았다.


다리를 걱정하면서 허리에도 신경을 쓰면서 지냈더니

귀 뒤에서 뜨끔끄끔하는 통증이 왔는데 피곤하면 오는 것이어서

얼른 인삼액도 마시고 잠을 푹 길게 자려고 애를 썼는데

보람도 없이 어지럼증이 와서 이틀을 멀미 기분으로 살았다.


이런 증상이 도미노 같다고 친구에게 떠들었더니

친구가 혼자서 잘 조절이 되는 수준은 건강한 것이라며

이 나이가 되면 다들 제대로 된 병명을 하나씩은 가진다고 했다.


정말 병원에 가지 않아도 나아지는 것에는 고마웠다.

젊은 기분 그대로 살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조심하는 차원에서 나이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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