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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Nov 10. 2023

다시 혼자서 사는 부산 살이

아들이 주고 간 선물

실평으로 9평이 조금 넘는다는 이 오피스텔은

6년 전 이 계절에 부모님의 일로 자주 오래 와 있어야 해서

일 년에 반을 호텔에서 지내다 호텔비를 대신하자고 장만했었다.


그다음 해는 아버지의 집을 정리하면서 잠만 자는 곳이었고

버리지 못한 물건을 가져다 놓은 장소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많은 날들을 지냈지만 머무는 곳 말고는 느낌이 없었는데

그다음 해는 이곳에 와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했더니

아들이 와서 지내게 되어 이 장소의 가치를 확 올려놨었다.


아들과 사는 동안에는 이런 변화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 혼자 지내고 있으니 예전 혼자였던 시간이 떠오르고

그동안 무엇이 얼마나 변했는지 하나둘씩 느끼게 되었다.


아들이 오기 전에는 그저 그냥 잠만 자는 숙소 정도였는데

같이 4년을 지내는 동안 사람이 사는 집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 다시 혼자가 된 것을 느끼지 못하게

집안 곳곳에 있는 아들의 흔적들이 같이 있을 때를 기억하게 한다.


아들이 오기 전까지는 이곳에 있는 나의 물건도 정말 한심했다.

먹고 자면 되는 수준으로 냄비도 한 개에 그릇도 딱 두 개였는데

집안 모든 물건이 있을 건 다 있는 수준으로 변했으니 덕분이라고

아들이 와 있지 않았다면 아직도 삭막하게 썰렁했을 텐데

보금자리라는 기분이 들게 꽉 차 있는 집안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다고 집안이 복잡하다는 것은 아니다.

같이 지내면서도 갑갑하다는 기분은 모르고 살았는데

아들의 물건과 옷들이 빠져나가고 나니 얼마나 여유가 생기는지

옷장도 반이 비어 있게 되었고 싱크대 선반도 널널해 졌다.


같은 공간인데 처음 수리를 마치고 들어와 느꼈던 크기보다

지금이 더 넓다는 기분으로 지내는 것은 아들의 마법인지

정말 가구는 더 많아졌는데 아직도 공간이 남아 아깝다고

혼자서 살기에는 너무 큰 공간이구나 하며 뿌듯해한다.


간혹 일본에 있는 집을 처분하고 물건을 이곳으로 가져오자고

같은 건물에 방이 있는 넓은 곳으로 옮기는 것은 어떨까 했는데

지금은 추억이 듬뿍 담긴 이곳을 떠나는 일은 힘들 것 같다고

그냥 이대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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