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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Oct 29. 2023

비행기 타는 일이 버거워졌다.

복잡해지는 세상

3년 반 만에 긴 시간의 비행기를 타는데 아들과 같이 했다.

덕분이었는지 지루함도 답답함도 없이 무사히 뉴욕에 갔었는데

LA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는 혼자였고 허리가 부실해서

10년 이상을 들랑거린 공항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어색했다.


이전에는 그저 떠나야 하는 날짜이니까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공항버스를 타기 전까지 움직였던 피곤한 몸이 쉴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부터 잠 속으로 들어가

먹는 것을 나눠 준다고 웅성거리는 소리에도 깨지 못했는데

이번엔 긴 시간을 그대로 의식하면서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이전까지는 비행기를 탄다는 의미보다는 아이들에게 간다는 것에

아이들에게 가져다줄 것이나 해 주고 싶은 것들이 우선이어서 

비행기를 탄다는 것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이 그저 지나갔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엔 모든 것에서 나를 멈추게 만들더니

나에게 뭐가 달라졌는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알려줬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비행기 사고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없었고

얼마나 배짱이 좋았는지 나는 객사하는 팔자는 아니라고 했다며

내가 탄 비행기는 절대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떠들면서

만약 사고가 나면 그냥 부상이 아니고 순간 죽게 될 거라고 했었다.


그랬던 내가 이번에는 각오를 하면서 앉아 있다가 착륙을 하게 되니

역시 우리나라 비행사들이 최고야 하면서 이번에도 무사했구나 하는데

이런 생각을 나도 모르게 내 머리가 했다는 것에서 나도 놀랬다.

언제 이렇게 달라졌는지 나는 확 변해 있었다.


비행기 타는 일에 미국의 셧다운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며 웃었는데

셧다운이 되면 직원이 줄어 심사하는 시간이 엄청 길어질 거라고 했다.

나는 아슬하게 셧다운 발표 하루 전에 떠나는 것에 운이 좋았다며

아이들에게는 운 타령을 했지만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에

전에도 이렇게 복잡하게 정치도 날씨에도 관심을 두었나 하니

예전엔 옆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을까 하는 걱정만 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다가 태풍이 비행기를 멈추게 해서 일기예보를 들여다보게 되고

코로나로 이것저것 미리 해야 할 것들이 많아져 거북해지더니

이젠 저쪽 나라의 전쟁에도 이 나라의 정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니

비행기 타는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의 외모는 많이 달라졌지만 들고 다는 것은 비슷하게 그대로인데

세상이 달라지는지 오랜만에 들른 공항은 많이 거북했다.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 탐지견이 내 가방 주변을 지나가고

내 바지 주머니에 있던 머리핀에 놀래서 화약반응 검사도 하고

컴퓨터에 꼽아 쓰던 여러 가지 선들에 무엇이냐고 물어 오니

그러지 않아도 자꾸 불편해지는 비행기 타는 일이 더 꺼려진다.


비행기표만 있으면 될 것 같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점점 복잡해진다.

전에도 비행기를 타려면 이랬었는지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아졌는데

단순하게 살려고 하는 나에게 세상을 느껴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런 것도 여행의 스릴로 느끼면서 무던하게 즐겨야 하는 것인지

내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넓어졌다는 것에서 신기하면서 불편하다.



새벽에 도착한 인천 공항은 이런 나를 더 썰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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