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엄마
설거지를 하려고 부엌에 섰다.
조금씩 남아 있던 반찬들을 먹어 치우니 빈그릇이 가득한데
이렇게 반찬 그릇을 비우는 역할은 내 몫이 된 것 같다.
아이가 다 먹고 남은 파스타를 먹어도 되냐고 한다.
샌드위치를 사 와서 같이 먹겠냐고 물었었다.
먹는 것을 조절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권했다가 몇 번 혼이 나서
안 먹겠다는 말에 마음껏 샌드위치를 다 먹어 치웠는데
샌드위치에 곁들이로 온 파스타를 먹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 파스타는 맛이 없어서 남겨진 것인데..
내 아이가 먹다 남은 음식을
좋아하는 표정으로 먹는다는 것에 거부감이 확 들었다.
그래서 샌드위치를 조금이라도 남겨 둘 걸 하는 후회를 했다.
양이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맛이 있어 무리하게 먹었었는데..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겨진 것을 먹겠다고 들고 방으로 간다.
이런 경우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나를 달래야 하는 걸까
엄마니까 아이보다 조금 더 맛있는 것을 먹어도 된다고..
아이는 아직 살 날이 많이 있어 더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을 수 있을 거라고..
그래도 엄마여서 생기는 감정에는 이길 수가 없다.
내가 키운 아이에게 내가 남긴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은 아닌데..
겨우 남겨진 음식을 좋아하는 그런 아이로 키운 것은 아닌데..
역시
반찬 그릇을 비우는 역할이 속은 편했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