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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Nov 25. 2015

페이스 타임

중년의 소통

일주일 만에 아들이 페이스타임으로 나를 불렀다.

얼굴을 보면서 소통하라고 만들어진 페이스타임을 지금 5시간째 하고 있다.

한 시간 정도를 떠들고는 할 이야기의 밑천이 떨어졌는데

아직도 아들은 그만 하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끼니도 거르며 화면 앞에서 벌을 섰었는데

이제는 유연하게 먹을 것도 먹어가면서 하던 일도 한다.

그저 내가 곁에 있다는 느낌이 들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말하기 힘든 일이 있어 저러나 했었다.

할 말도 없는 아이가 그저 시간을 끄는데  이해할 수가 없어 더 힘들었다.

그래서 뭔가의 결론을 내리듯 이야기를 마치려면 섭섭해하고

그러다 말 실수를 하게 되어 아들의 찡그리는 표정을 보면서 끝내야 했다.


그런 아들과의 화상통화가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

아들은 내 얼굴을 보면서 그저 혼자서 해 내야 하는 무거운 일을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내 앞의 아이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쥐어 짜고 있는 중이다.


화상 통화를 그저 공짜 전화의 수준으로 이용했었는데

이제는 곁에 있는 것 같은 상황을 느끼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시대의 혜택을 듬뿍 누리고 산다.


80이 넘으신 부모님과 페이스타임을 마치면 

언제나 완전히 끄지 않아 화면만 꺼지고 소리는 들리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반드시 하시는 두 분의 대화를 듣게 되는데

참! 우리는 지금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어.

이렇게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하는.


그런데 오늘 아들과의 영상통화는 정말 너무 길다.

엄마의 자존심을 위해서 뭔가 열심히 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폼을 잡는데

온몸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아우성이다.


아들의 시간으로는 새벽이 지나 아침이 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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