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방을 한번에
처음 미국에 들어가
영어를 모르니 들을 수 있는 수업은 전부 영어뿐이었다.
하루에 5시간의 수업 중 3시간이 영어..
두 시간은 악기로 하는 음악과 그저 노는 수준의 체육시간이었다.
다른 공부는 영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엄마들은 숙제를 봐 주는 가정교사에 영어 수준을 높이려고 학원을 보냈는데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미국에 온 것이 아니어서
이렇게 잘 따라가면 언젠가는 보통의 수준이 된다는 말에 안심을 했었다.
일본에서도 학원이란 곳은 보내지 않았었다.
머리가 조금 나은 아이는 그래서 필요가 없었고
머리가 조금 덜 나은 아이는 다녀도 의미가 없어 보였다.
대신 아이들이 잘하는 것이 있었는데
일본 아이들 보다 월등히 키가 커서 수영에서는 반짝였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학원과 가정교사 대신 수영을 하도록 해 주었다.
수영을 하려니 신체검사를 받아와야 한다고..
그 신체검사 안에는 예방주사 접종 증명서도 필요했다.
일본에서 알뜰하게 차곡차곡 빠지지 않고 다 접종을 했었는데
일본에서는 필요했던 것이 미국에서는 필요 없는 것도 있으면서
미국에만 있는 예방주사도 있었다.
학교가 알려 준 보건소에 가 설문지에 단어 사전을 들고 겨우 기입하니
일본에서 받아온 예방주사 접종 증명서를 보며 질문을 한다.
미국의 무엇과 같은 거냐고 묻는 것 같은데...
이런 전문적인 용어를 내가 당연히 알리가 없어 버벅거리니
친절해 보이는 중년 아저씨가 끄덕이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 갔다.
난 영어에서 해방된 기쁨에 안도하고 있는데
아들이 큰소리로 떠들며 나온다.
예방주사를 오른쪽 팔에 2방 왼쪽 팔에 3방을
아~ 하는 사이에 모두 놨다고.
이렇게 무식한 나라가...
그 덕에 완벽한 미국 방식의 예방주사 접종 증명서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수영을 했었는데
월등히 커 보였던 키가 미국에서 점점 작아져 지금은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