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는 관광에 관심이 없다.
LA로 돌아간 딸이 LA가 더 좋다고 전한다.
뉴욕은 정말 정신이 없다면서 LA는 날씨도 선선하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부산의 내 공간을 떠올렸는데
뭐니 뭐니 해도 부산이 최고라고 말은 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지내는 곳을 최고로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내 생각을 전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나는 이곳에 친근감이 없다.
그리고 보면 예전 Irvine 어바인에서도 10년을 살아 낸 것이고
LA도 이 뉴욕도 그저 지내는 곳으로 호기심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 20년을 일본에서 살면서도 관광을 하러 가지 않았는데
좋게 지내던 친구들이 가자고 하면 거절하지 않고 따라나서서
그럭저럭 산행도 바다도 동물원도 아이들의 기준으로 다녀
그것으로 만족이 되었는지 따로 내가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미국에 와서도 아이들이 가야 해서 운전을 하느라고 다녔는데
큰 수영 시합은 정말 먼 곳에서 해서 여행이라는 기분이 들었고
대학도 여러 군데를 다녀서 덕분에 LA를 떠나는 경험도 해서
딱히 관광지를 봐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나지 않는 것 같다.
2주일이 되니 아들의 새 공간이 아들 혼자서 살기 편하게
내 마음에도 납득이 되는 그런 정리 정돈이 되었는데
마음이 느긋해졌는지 서울에 있는 친구와 떠들고 싶어서
카톡을 했더니 북유럽 여행 중이라고 답이 와 생각이 많아졌다.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물건을 배치하면서 닦고 쓸고 했더니
허리 펼 시간이 없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가 되어 뻐근한데
허리가 안 좋다고 했던 이 친구가 그 먼 곳에 여행을 갔다고 하니
정말로 여행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나를 생각했다.
언제나 나에게 왜 집에만 있냐고 나오라고 했던 친구여서
그 부분에서는 정말 극과 극으로 서로가 답답해했었다.
그러니까 몸이 아픈 것도 시간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도
다 뭔가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있다면 극복이 되는 것이었다.
이 친구는 유명하다거나 멋진 곳을 다녀오면 새롭다고 했었는데
나는 그런 곳을 내가 일부러 짐을 싸서 가야 하는 것이 싫었다.
가방을 들고 공항으로 가야 하는 다음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데다
그곳에 가면 해 주고 싶은 일들이 있어 그걸 마치자고 버둥거리는데
그곳이 뉴욕이어도 관광지가 떠올라도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완벽하게 해 주고 떠나자는 욕심이 더 커서 집 밖을 나가지 않는다.
거기다가 관광이나 느긋하게 다니는 여행이라는 것을 한 적이 없어
그 맛도 알지도 못하고 느껴보려고 노력도 안 한 것 같은데
대신 해야 한다고 떠난 목적을 만족스럽게 해 놓고 떠나오게 되면
그 기쁨과 성취감은 어떤 것보다 커서 모든 것을 다 충족시켰다.
그래서 매일 창밖으로 보이는 LA와 부산과 다른 풍경에도
저쪽에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보다는 서랍장의 정리가 더 중요하고
아들의 눈으로 다 보이면서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제대로 쓸 수 있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몰라서 못쓰는 일이 없게 하는 것에 신경이 쓰였다.
이렇게 지내던 중에 북유럽에 가 있다는 친구의 소식은 신선했다.
옷도 잘 입는 그 친구의 모습이 유럽의 풍경에도 멋지게 어울릴 거라고
여행을 좋아하니 상상만으로도 친구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 친구는 이번 뉴욕에 가서 들린 곳은 없냐고 꼭 물어볼 건데
이번엔 뭐라고 하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들의 방 안을 다시 둘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