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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Aug 26. 2024

GOODWILL에 고마움을

마음의 짐을 덜어 준다.

이곳은 LA에 사는 동안 많이 신세를 진 곳이다.

아이들의 옷이 작아지거나 선물로 받았는데 입지 않을 것 등

아직은 멀쩡한데 우리는 쓰지 않을 그런 것들을 받아 주는 곳인데

덕분에 부담감이 많이 줄어 들어서 고마워했었다.


어바인에서는 내 집은 아니지만 집을 청소하는 젊은 엄마를 알고 지냈는데

아이들의 옷이나 물건 등을 아직 쓸만하다고 가져가겠냐고 물어보고서

2년에 한 번은 전화로 물건이 있다고 부탁을 하면 고맙다고 가져갔었다.

가져간 옷과 가방 액세서리 문구 등을 친척 아이들까지 나눠 쓴다고 하며

스페인어로 살아가는 사람과 영어가 불편한 내가 만나니 대화는 엉성한데

거의 잊힐 때쯤에 전화를 걸어서 항상 내가 누군지 긴 설명을 해야 했다.


어바인에서 LA로 이사를 할 때엔 집안의 물건을 반 정도 줄여야 했는데

그때도 전화를 걸어 사정이 이래서 물건이 너무 많다고 승용차는 안된다고 하니

그 사이에 젊은 엄마도 먼 곳으로 이사를 했다면서 남편에게 물어본다고 해

만약 가지러 오지 않는다면 이것을 그냥 버려야 하는지 엄청 고민을 했었다.

다행히도 남편에 남자 형제도 같이 작은 트럭을 몰고 와서 실어 갔는데

그 후에도 물건이 나와 이사하기 전에 하루 날을 잡아서 차 트렁크 가득 실고

그 젊은 엄마 집까지 장거리 여행처럼 가보니 정말 멀리 살고 있었다.


왠지 나는 그냥 버리지는 못하고 꼭 누구라도 쓰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 정도면 아직도 멀쩡하다는 생각이어서 쓸 사람을 찾아 주어야 한다고

아이가 있으면서 감정이 상하지 않고 받아서 써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말은 잘 안 통했지만 물건을 깨끗하게 잘 포장해서 전달하려고 노력을 했다.

한 번은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서 받아 갔는데 색종이도 있다고 보여주니

조그만 딸아이의 표정에 그 젊은 엄마도 좋아하면서 고맙다고 했는데

나는 잘하는 일이구나 하는 확신에 나도 고맙다고 단어로 전달을 했었다.


내 아이들도 어릴 적에는 거의 다 얻어 입고 쓰고 보고 했는데

나의 경우에는 버릴 때 나에게 버려 달라고 미리미리 예약을 해서 받았었다.

그래서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내가 아이들 옷을 산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런 생각이어서 그랬는지 나 같은 사람이 꼭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LA로 이사를 와서는 아들 덕분에 goodwill이라는 곳을 알게 되고

2년에 한 번 정도는 그동안 갑자기 체형이 바뀌거나 느낌이 달라졌다면서

입지 않는 그런 옷을 모아서 가지고 갔었는데 그 속에 내 옷도 가끔 끼어 있었다.


저번에 LA에 와서는 4년간 입을 수 없었던 아들의 옷을 추려 냈었다.

이 옷들을 아들이 입었었나 할 정도로 작아 다시 입을 가망성이 없어 보였는데

한국에서 지내면서 마음껏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열심히 먹었었다.

그렇게 추려낸 것이 너무 많고 미리 사 두었던 바지들은 새것이어서

이건 누군가가 꼭 입어 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파트 청소하는 사람을 붙잡고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참을 보여주면서 말을 해도 그저 손을 저으며 거부했다.

젊은 엄마처럼 보이는 여자는 스페인어로 말을 하고 나는 단어뿐인 영어로

지나가던 수리해 주는 아저씨가 통역을 해 줘서 돈 받고 파는 것이 아니고

가져가면 입을 사람이 있냐고 묻는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친척이 많다며

얼른 차를 가지고 있는 가족을 부른다고 해서 전화번호도 교환했었다.


이번에는 딸아이의 옷을 추려 내고 받아 두었던 전화번호에

스페인어로 번역을 해서 와서 가져가겠냐고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

2주일간을 기다려도 아무 반응이 없어서 goodwill에 바로 가자고

집 가까이에 있는 곳은 주차장이 좁아서 주차장이 넓은 곳으로 갔다.












4년 만에 했던 운전이 이번에 와서는 편안하게 느긋하게 해 져서

덕분에 딸이 가고 싶다는 상점도 데려다주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그래서 goodwill도 찾아서 갔는데 같이 갔던 딸은 관심 있게 보더니

이런 곳에 온 것이 처음은 아닌데 느낌이 다르다고 기분이 좋다고 한다.


나는 정말 뭔가 사는 것을 잘 안 하는 편이다.

유행이라는 것에도 관심이 없고 누구의 눈치도 무시가 가능한데

그래서인지 마음에 들면서 값이 저렴하면 한 번에 몇 장씩 사 둔다.

그랬더니 아들도 같은 스타일인데 딸은 나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다.


그러니까 이런 집에서도 입어내지 못하는 아까운 옷들이 나온다는 것으로

어떻게 해서라도 입을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그래야 덜 미안한 거라고

깨끗하게 세탁을 해서 각을 잡아 접어서 계절별로 구분해 가져다 놓으면서 

누군가가 좋은 기분으로 입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마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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