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하나 더 찍은 이름

중년의 무지

by seungmom

한자의 점 하나가 나를 뺑뺑이 돌렸다.


부모님은 태어나서부터 쭉 부른 딸의 이름이

국민학교 운동장에 서서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덕분에 난 이제까지 두 개의 이름으로 살고 있다.

부모님의 친구분들은 아직도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으로

학교나 여권 등 서류의 증명이 있어야 하는 곳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으로.


나는 할아버지께 첫 손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 이름을 주로 남자아이들에게 쓰는 묵직한 한자로

지방에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호적에 올렸다고 한다.

물론 한글로는 예쁜 여자아이의 이름이 된다.


다 커서 선을 보고 궁합을 보면서 이름이 문제가 되었다.

여자 이름으로는 너무 세다고 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의 한자 안에 王이 있다.

난 막연히 왜 이름이 세다고 하는 것인지

王이 玉이면 조금은 부드러워 질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일본에 살게 되어 한자 이름이 나를 대신하면서 그냥 점 하나를 더 찍어 썼다.

나도 좋은 여자아이의 인생을 바랐었는지...


이제 중년이 되니 좋은 여자.. 이런 것은 중요하지가 않게 되었다.

나는 단 한 사람이고 불리어지는 이름도 하나 이어야 하는데

증명서마다 다른 한자가 생활을 무척 불편하게 만들었다.


점 하나를 더 찍을 때는 간단했었는데 지우려니 서류가 몇 장씩 필요했다.

그리고

절대적인 호적에 있는 한자에 점 하나를 더한 한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한국에도 중국에도 일본에도


난 무슨 짓을 했었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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