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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Oct 14. 2024

약점을 파고드는 대화

하고픈 말을 점점 안 하게 된다.

아들과 살았던 기분이 간혹 들어서 섭섭하더라는 말에

친구가 그러다가 우울증이 온다고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금요일에 내일은 나가서 뭘 할까 하는 고민을 들었다며

그 말에 놀랬다는 아들을 나는 엄청 잘 공감했는데

내 아이들도 대체적으로 밖에 나가는 것을 안 하는 편이다.

내가 그래서 아이들도 습관이 그렇게 든 것 인지

아님 인간 자체가 그런 것을 받아서 태어난 것인지

내 아이들도 집안에서 힐링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이들과 간혹 나가면 바닷바람이나 나무 향기에 취해서

다음에도 또 오자고 엄청 좋다는 표정으로 다짐을 하는데

돌아오는 차에서부터 현관을 열어 발을 디디면서는

집이 좋다고 역시 집이 최고라며 나가서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아까 흥분하면서 좋다고 했던 것에 부정은 안 하지만 

다시는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는 일은 하지 말자고 한다.


무조건 나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것에는 주저하지 않으며

나도 볼 일이 있다면 미루지 않고 현관문을 나서서

쓸데없어 보이는 포켓몬 걷기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런 나와 다르게 밖에서 생기를 찾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서로의 다름은 잘 이해는 하는 것 같은데

대화 도중에 누가 더 잘 사는지에 대해서 경쟁을 하는지

내가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엄청 답답하게 느끼는지 나가야 하는 이유를 나열한다.


이런 친구에게 처음에는 나도 반박을 하며 열을 올렸는데

나이가 드니 이 친구는 이런 타입이고 나와 다르다고

나가서 보낸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냥 들어주는데

이 친구는 그게 안되는지 집안에서 지냈다는 이야기에서

말에 꼬투리를 잡아서 그러니까 나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아들과 살았던 기분이 간혹 들어서 섭섭하더라는 말에

친구가 그러다가 우울증이 온다고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나는 아들을 생각한 것도 아닌데 문뜩 그런 것을 느꼈다는 것이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인가 하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그게 우울증으로 튀어서 또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지니

편하게 말을 꺼내도 되는 오랜 친구였는데 힘들어졌다.


나도 모르게 말을 조심하고 있었다.

이런 말을 하면 또 나가라고 설교를 하겠지 하면서

입을 쉽게 열지 못하니 전처럼 전화도 많이 하지 못한다.

별 용건도 없이 떠들던 수다가 불편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더 좋다는 말에 맞장구를 치게 되면

나를 부정하는 꼴이 되면서 반성문만 자꾸 쓰게 된다.


나는 집안에서 영상으로 세상을 보면서 책도 읽어 가면서

10년 넘게 하는 듀오링고도 4년째 매일 도장을 찍는다.

그러니까 나는 이런 소소한 것에서 충분한 만족을 얻는데

왜 자꾸 밖으로 나가서 뭘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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