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나도록 애를 썼다.
많이 차분해진 일상이 나에게 생일을 챙기라고 하는지
별 생각이 없었는데도 생일이 다가온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제대로 챙겨보자고 나를 위해 보내자고
그동안 들었던 생일 미역국은 먹었니 하는 물음에
케이크는 선물은 받았니 했던 친구들의 질문에 답을 하듯이
미역국도 케이크도 꼭 먹자고 나에게 약속을 해 뒀었다.
생일 선물이라는 것을 내가 나에게 사 주자고 노력은 했다.
지금 쓰고 있는 가방은 친구가 만들어 준 것인데 너무 낡아서
거액이라도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없었다.
생일이라는 것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 말고도 의미가 있는지
의미 있는 생일날을 보내 본 기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 생일날의 하루를 보내야 하는지 망막했는데
내가 아이들에게 해 주는 식으로 내가 나에게 해 주자고
하루 종일 생일이라고 떠들면서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생일날 하루 동안은 몇 살이 되었다고
몇 년을 살아왔다고 의식을 하도록 자꾸 말을 했는데
20대가 끝나 간다고 이제 완전한 30대 성인이 되었다며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온전하게 느끼는 하루이길 바랐다.
내가 바빠서 나를 돌아볼 수 없었던 시간에
주변에서 내가 55년을 살았다고 60이 되었다고 하는 흐름을
주입시켜 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더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해서
아이들은 그때그때를 잘 느끼면서 보내라고 나이를 알려줬다.
그래서 나도 나에게 몇 년을 살아왔는지 알려주는 의미로
생일날에는 3가지 세트인 미역국과 케이크와 선물을 하자고
집에서 지내지 말고 나가서 우아하게 즐기자고 약속을 하고
이틀 전부터 체력도 뱃속도 준비를 해 두면서 작전을 짰다.
잘 준비를 하고 생일날이 되어서 기분 좋게 챙겨 입고 나와
선선해진 공기를 마시며 진한 미역국 집으로 향했다.
이 미역국 집으로 말하자면 아들이 처음 먹어 보고는
이제 엄마의 미역국은 먹지 못할 것 같다고 했었는데
나도 처음 먹었던 날에는 세상에 이런 미역국도 있구나 했다.
부산에서 조금 길게 살면서 이런 미역국집이 많아 또 놀랬는데
이런 진한 미역국을 한 번에 다 먹기 힘들어 밥을 거의 남기고
몸보신에 좋을 것 같은 국물과 가득 들어 있는 미역을 먹으며
그동안 잘 살아왔구나 하면서 칭찬도 아낌없이 했다.
생일날의 첫 순서로 먹은 미역국은 정말 맛있었다.
다음 순서로 봐 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기로 했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도저히 한 방울의 커피도 못 마실 것 같아
일단 집으로 가서 소화를 시키고 다시 나오기로 했다.
집에서 다시 나갈 거라고 옷도 안 갈아입고 앉아
배가 꺼지기를 기다리면서 카페에서 뭘 할 건지 걱정을 했다.
커피 한잔을 멍하니 홀짝거리기는 아까우니 뭔가를 하자고
종이와 팬을 들고 갈까 하다가 휴대폰에 있는 펜이 생각났다.
봐 뒀던 한국 브랜드의 카페는 얼마 전에 수리를 해 둔 곳으로
다니면서 생각만 했는데 정말 들어와 색다른 커피를 주문했다.
처음으로 내가 늘 마시던 커피가 아닌 커피를 찾아 마시는데
이것도 생일날 마신 것으로 기억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 것이다.
널찍한 의자는 내 다리가 짧다고 테이블까지의 거리도 멀었는데
그래서 기대어 앉아 휴대폰에 생일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 쓰고는
기댄 덕분에 뒷자리에 앉은 젊은 주부들의 힘찬 목소리를 들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에는 같이 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커피를 마셨다.
더는 앉아 있기가 힘들어 카페를 나왔는데 배가 너무 불렀다.
그래서 걷기로 하는데 이참에 포켓몬의 이벤트도 하자고
휴대폰을 열어놓고 걸으며 조금은 색이 변한 나뭇잎을 보면서
이 계절에 생일이 있어 좋구나 하면서 한동안 걸었다.
한 시간가량이 지났을까 문뜩 왜 이러고 걷고 있는 건지
오늘이 생일인데 이런 날에는 늘어져도 되는 건데 하니
케이크가 떠올랐고 그래서 배가 꺼지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열심히 걷고 있는 것에 허탈해져서 힘이 빠졌다.
약속한 케이크는 사서 내일 먹어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다가
이번엔 꼭 오늘 먹어야 한다고 내가 한 약속이니 지키자고
처음 가 보는 아파트 단지 안을 휘저으며 걸어 다녔다.
한 만보는 걸은 것 같은 기분이 드니 이젠 케이크를 사도 된다고
맛을 아는 케이크 한 조각을 사면서 기분이라고 초도 부탁했다.
집에 와서도 배가 그득한지 케이크 생각이 없었는데
하루가 지나가면 안 된다고 일단 초를 꼽고 불을 붙이자고
아이들에게 한 약속을 잘 지켰다고 사진을 찍기로 했다.
초를 보면서 웃음이 나와 큰 소리로 웃으며 불을 붙이고
사진을 잘 찍어 두자고 열심히 요령껏 여러 장을 찍었는데
그러는 사이에 초가 너무 타서 놀래서 급하게 불을 껐다.
초를 켜 놓고 소원을 빌었어야 했는데 이제야 생각이 났다.
일단 사진을 찍어 두고는 몇 시간이 지나서 케이크를 먹었는데
저녁 늦게 먹으면서도 생일인데 하면서 신나게 다 먹었다.
얼마 만에 먹어 보는 케이크인지 살이 찐다고 못 먹었던 것이
이런 맛에 케이크이라고 하는 단어가 달콤한 거구나 했다.
이렇게 나의 일생에 처음으로 거창한 생일날을 보냈는데
덕분에 며칠간 과식에 피곤으로 늘어져 지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