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점에서 안과로
미국에서 쭉 살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안경을 했지만
일본의 거주지에서 사는 동안에는 안경을 하러 부산에 왔었다.
일본은 미국보다 비싸다는 기분이 들면서 정말 오래 걸렸는데
그저 노안의 돋보기안경에 무슨 공을 그렇게 들이는지
며칠 후에 오라고 해서 가면 설명도 엄청 엄숙하게 했었다.
난 이런 번거로운 절차가 성격에 맞지 않는지 싫었는데
그래서 한국 안경점의 군더더기가 없는 절차가 너무 좋았다.
매번 머물렀던 해운대의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안경점이
어떤 안경점인지도 모르면서 드나들다가 마음에 쏙 들어서
거의 10년간 돋보기를 바꾸면서 친구의 안경도 선물하면서
안경점의 점원 아저씨들과도 안면을 트고 지냈었다.
부산에 와야 하는 일이 생기면 해운대의 그 호텔에 머물렀고
그러면 그 안경점이 나에게는 유일하게 아는 곳이 되었었다.
그 정도였던 안경점이 한국 친구들의 말에는 저렴한 곳이라고
내가 몰라서 그렇게 칭찬을 늘어놓는 거라며 입을 막았다.
체인점이 많아서 믿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안경점은 아니라고 하는 말에 왠지 씁쓸했었다.
일본에서 주로 지내면서 잠시 잠시 부산을 들릴 때면
해운대 호텔에서 지냈는데 그게 힘들어 작은 오피스텔을 샀고
그래서 같은 해운대이지만 그 안경점과는 조금 멀어졌다.
그리고 코로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나도 달라졌는지
조금 더 있어 보이는 그런 안경점에서 맞춰보기로 했다.
한동안 그냥 쓰고 살았던 안경들을 모두 새로 했는데
바느질할 때 쓰는 것과 컴퓨터 용으로 쓰는 안경에
두 개의 운전용 안경을 난시까지 신경을 써서 주문하고
그것을 들고 LA에 가서는 딸에게 자랑을 늘어놓고
기분 좋게 운전을 했는데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 정도의 운전으로 안경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운전용 안경이 이 정도라면 다른 것도 믿을 수 없다고
컴퓨터 용으로 새로 한 안경은 쓰지 않고 전에 것을 썼는데
다시 부산에 올 때까지 새로 만든 안경은 전부 쓰지 않았다.
그렇게 LA를 떠나 부산에 와서 안경 4개를 들고는
오래전에 다녔던 안경점에 가서 알던 아저씨를 찾았다.
정말 오랫동안 다니지 않았는지 고객 정보도 삭제가 되었다며
내가 알고 있던 아저씨는 없다고 하면서 왜 찾냐고 물었다.
난 새로 한 안경을 꺼내 보이면서 설명을 했는데
이 안경점에서 안경을 새로 하면 바로 써도 편했었다고
그러니까 이 안경들이 왜 맞지 않는지 알지 않겠냐고
그 확인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친절하게 검사를 했다.
이 안경점에서 안경을 할 것도 아니고 전에 알던 분도 아닌데
안경과 내 눈을 확인하더니 안경은 잘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
왜 그러는지 확인을 하자며 기계 앞에 앉으라고 하더니
이중으로 보이는 것이 어떤 방식인지 확인을 해 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하다가 안과에 가 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뭔가 많이 해 봤는데 안경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것이냐고
안과에 가면 뭐가 다르냐고 추천해 줄 안과가 있냐고 하니
안경점에서의 검사는 잘 보이는지를 물어서 확인하지만
안과에서는 질문 없이 검사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갑자기 안과에 가라고 하는데 아는 곳도 추천도 안 해줘서
주변에 별 5개의 안과를 찾아 안경 4개를 쓸어 담아서
한참을 고생한 점원 아저씨께 안과에 꼭 가야 하냐면서
안경점의 문을 나와 안과로 무작정 걸어갔다.
분명히 나는 안경 4개를 들고 이 안경점에 오면서
새로운 눈을 만들어 가게 될 거라고 기대에 부풀었는데
착 가라앉은 기분으로 낯선 안과에 와서 접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