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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전도 검사와 MRI 검사

해결하지 못한 복시

by seungmom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았다.

혹시나 무심코 물이라도 마실까 봐 얼마나 조심했는지

채혈이 아프지 않게 무사히 끝나고 나니 엄청 홀가분해져서

금식에 성공했다고 수프에 샌드위치에 커피까지 주문했다.

대견하게 잘 참고 버텼다고 나에게 주는 포상이었는데

30분이나 남은 근전도 검사를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며

어디에 있냐고 전화가 와서 병원이라고 바로 가겠다고 했다.


일찍 마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하며

미리 알아둔 근전도 검사실에 갔더니 엄청 반겨 주었다.

일단 누워서 팔과 손에 가는 선을 붙이는데 곁에 있던 분에게

지금 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고 휴대폰을 드리니

이런 환자는 처음이라며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언제 이런 것을 또 해 보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남기자고

아이들에게도 어떤 검사인지 간접 경험이 되겠지 하며

본격적인 검사가 시작하기 전에 뭘 알아내는 건지 물었다.

근육이 자극에 반응을 하는데 같은 크기의 반응인지 보고

회복력도 측정하는 것이라고 해서 눈이 이상해서 왔는데 하니

근육의 이상으로 눈이 그런 반응을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처음 시작할 때엔 저주파 마사지에서 느꼈던 그런 기분이었는데

자극의 강도도 자극의 간격도 다르게 길게 짧게를 반복하더니

같은 강도로 10번을 쏘다가 50번을 연속으로 쏘아대니까

이건 고문이구나 하며 내가 독립투사가 되긴 어렵겠구나 했다.


팔에서 어깨로 목으로 얼굴까지 모두 같은 식으로 하는데

자극에 그려진 그래프가 계속 같은 그래프로 나와서

내 근육은 아직 쓸만한 거네요 하니 진단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악소리 나게 50번씩 두드리는 자극에는 점점 참기가 힘들어져서

큰 수술을 받는 것도 아닌데 하며 더 아픈 것과 비교하며 참았다.


다음날 아침 7시 20분에 MRI검사실 앞에 앉았다.

드라마를 보면 MRI 기계에 들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편해 보였는데

손등에 주삿바늘을 꼽고 기계 앞에 누우니 머리를 고정시킨다며

머리 주변을 솜뭉치 같은 것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발을 조금 움직이니 머리가 흔들렸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뭔가 드라마를 보면서 상상했던 검사가 아닌 것 같았는데

어제는 통증으로 하는 검사이더니 이번엔 진동인 것 같았다.

머리를 울리는 진동이 높다가 낮으며 빠르게 느리게 하는데

이런 변화로 내 머릿속을 찍나 보다 하면서 참고 있지만

기다려도 기다려도 끝나지 않으니 고통스러워졌다.


검사가 끝났다고 일어나라고 하는데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무사히 마쳐서 시원하다던지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해방감도

어느 것도 없는 상태로 오늘의 검사가 끝나 더는 할 일이 없어

병원을 나서는데 바깥바람이 나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했다.


MRI 검사를 기다리면서 보니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없었다.

그냥 검사만 하는 것에 식구가 모두 온 것 같이 북적거렸는데

혼자면 안되는지 적어도 한 명은 따라온 것 같아서 너무 이상했다.

결과를 들으러 온 것도 아닌데 누군가가 곁에 있어야 하는 건지

혼자서 병원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던 내가 도리어 뻘쭘했다.


일주일이 지나서 진단을 받으러 진료실 앞에 앉았는데

최악이면 수술이 되겠지 하면서 마취를 하면 나는 모르고

그 사이에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이니까 걱정하지 말자고

최악만 벗어나면 이젠 운전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게 된다고

복시라는 것을 해결하자고 시작한 것을 떠올렸다.


저번과 같은 이 분야에 유능한 신경과 의사 선생님이

나를 보면서 혈액 검사부터 MRI까지 모두 이상이 없다며

근육도 정상이고 머릿속 혈관들도 깨끗하다고 했는데

순간 나는 내가 많이 건강하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나이에 비해서 머릿속 혈관이 너무 건강하다고 하면서

이상을 찾을 수가 없다고 그래서 복시의 원인을 모르겠다며

복시를 안경으로 해결해 보는 수밖에 없겠다고 했다.


병원을 나와서 많이 웃었다.

건강하다고 하니 이것만큼은 복이구나 했다.

그런데 정작 복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프리즘 안경을 권해서

이런 안경 처방이 되는 안과를 찾아 전전하다가 진료를 받았다.


안과에 가니 다시 여러 가지 기계의 검사를 하게 했는데

여자 선생님은 검사 결과에 신경과에서 받아온 소견서를 읽고

내가 왜 이런 검사를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더니

프리즘 안경이 어떤 건지 설명을 하고는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눈이 건강하고 시력도 좋은데 안경이 그걸 망칠 거라고 했다.


지금 주변은 잘 보이지 않냐고 하면서 눈이 나쁜 것이 아니니

먼 곳을 보는 불편은 한눈을 감아서 보라고 하는데

이때까지 그러고 살다가 좀 더 편하게 살자고 안경을 찾고

그 고통의 검사까지 했는데 다시 한쪽 눈을 감고 살라고 했다.


지금의 의학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것이 있었다.

웬만한 것에는 그냥 견디라고 했던 아버지 말이 생각이 나고

그래서 병원이라는 곳을 정말 손꼽을 정도로만 다녔는데

이번엔 시간적 여유도 있고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어서

기대를 가지고 해 본 일인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이것도 노화의 일종이려니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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