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시켜 주는 어른
고모가 전화를 해서 떡국은 먹었냐고 하셨다.
엄마에게서도 들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 말인데
이 막내인 고모는 두루두루 여러 가지 걱정이 많아서
내 자식이 그냥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도 한숨이시다.
고모는 아버지와 자주 전화로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아버지가 떠나가시고 나서는 내 차지가 되었는지
고모는 많은 주변의 소식과 살아온 시간을 이야기해서
덕분에 나는 80세의 인생을 살짝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가야 하는 80세의 시간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는데
별로 대화를 해 볼 수 없었던 부모님을 대신해서
고모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덤덤하게 이야기하셔서
모르는 미래가 어떨지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오늘도 고모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고모는 아들의 두 딸 그러니까 손녀에 대해서 걱정을 했다.
첫째도 공부로 해외에 있는데 둘째도 직장이 해외라고 하며
둘 다 나가게 된 것에 조금 섭섭하신 건지 한참을 설명했다.
그리고 고모의 딸의 큰 딸이 결혼을 할 거라고 하는데
회계사와 사귀고 있다는 말을 몇 년 전부터 전해 들어서
나도 바로 그 회계사와 하는 거냐고 하니 그렇다고 했다.
그동안 내가 부러워했던 친구들의 친척 이야기가 떠올랐다.
왜 그렇게 친구들에게는 친척이 많은 건지 어떻게 가능한지
무슨 일이 있으면 건너 건너 누군가가 해결을 해 주게 되고
축하에는 왜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 요란을 떠는지 신기했다.
그런데 고모가 그런 세계를 조금씩 나에게 보여준 것이다.
고모의 손녀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모르는 친근감도 생기고
작은 관심에 기억까지 하게 되니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누군가가 계속 연결을 시켜주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서로 의식이라도 하면서 지낼 수 있게 해 주어야 하고
그래야 복닥거리는 만남도 기회도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투덜거린다며 막내여서 그런가 보다 했던 고모였는데
고모는 나에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있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