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산불이 가까워졌다며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묻는다.

by seungmom




















딸아이가 8일 영상통화로 블라인드를 열어서 밖을 보여줬는데

405 프리웨이 건너편이 붉은빛으로 바람에 움직였다.

아파트에서는 바람 방향이 달라 냄새도 연기도 나지 않지만

바람이 강해서 산불이 빨리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에도 산불이 있었지만 아파트 창문으로 볼 수는 없었는데

눈으로 보이는 불빛은 무섭다는 것을 바로 느끼게 해 줬다.

그래도 전처럼 산불은 꺼지겠지 하면서 다시는 묻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에 불쑥 불이 가까워졌다면서 갑자기 피하라고 하면

무엇을 가지고 나갈까 하고 묻는 메시지가 딸에게서 왔다.


나는 어지럼에 억지로 잠을 청하며 지나가길 기다리는 중이어서

생각도 멍한 상태에 딸아이가 하는 말이 지금 당장 같아 놀랬다.

딸은 며칠 전부터 바람이 아파트 쪽으로 불어오고 있다고 하며

그래서 점점 불길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일본 생활을 하면서 급하게 떠나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공항에 가서 바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준비를 가방 하나에 해 뒀었다.

이 가방은 미국에 와서 졸업장에 예방주사 기록 등 하나씩 늘어갔는데

아파트에 소방벨이 울리면 노트북과 이 가방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었다.


만약 떠나야 한다면 걷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백팩이 있다며

백팩에 가방도 넣고 간단하게 갈아입을 옷도 얼굴에 바를 것도

화상에 쓸 수 있는 연고도 챙기고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나가라고 했다.

머릿속이 점점 멍해지는지 지나간 추억의 사진들이 생각나고

그러고 나니 내가 엄청 고민하면서 사 줬던 핸드백도 떠 올랐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포기를 해야 하는 것이구나 하니 살이 떨렸다.


우선은 아이가 잘 피신을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마스크는 듬뿍 챙겨야 한다고 칫솔도 가방에 넣어 두라고 했는데

딸아이가 자야 하는 시간에도 내가 생각이 나면 하나씩 적어 보내니

괜한 걱정을 하게 만든 것 같다고 하면서 이제는 잘 거라고 했다.











대학 연구실 근처에 사는 딸과 또 한 명을 다른 연구원이 데리러 와서

차로 그 연구원 집으로 피신할 거라고 작전을 짜 두었다고 하는데

어떤 소란이 기다릴지 모르는 일이어서 백팩 하나만으로 움직이라고 했다.

405 프리웨이를 넘으면 UCLA 대학이 있는데 이곳이 피난지역이 된다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그럼 차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다.


생각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머릿속 정리를 하자고 쓰는데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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